단 하루로, 단 일주일로 ‘그들’의 삶에 다가갈 수 있을까. 다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그들’의 삶이 담긴 몇 권의 책을 주목해봄직하다. 불편으로 가득한 세상, 때로는 빛과 소리가 단절된 세상에서도 그들은 가족 및 친구들과 더불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기 삶의 주인인 것이다.
육체의 장애를 극복해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한 인간으로 이들을 대하고 존중하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들. 오늘날 ‘마음의 장애’를 가진 수많은 비장애인들에게 ‘조금 다르지만 같은’ 한 사람이 지닌, 가능성으로 가득찬 지도를 펼쳐 보인다.
‘오늘은 바람이 무슨 색이죠?’(쓰지이 이츠코 지음·청아출판사)의 부제는 ‘시각장애아로 태어난 노부유키를 피아노 신동으로 키운 이야기’. 저자의 아들 노부유키는 세상에 나온 지 15일만에 ‘안구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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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어머니 쓰지이 이츠코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아답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노부유키답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 12월 25일. 노부유키의 세 번째 크리스마스. 이츠코는 ‘징글벨’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니 흥얼거리는 노래가락에 맞춰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노부유키야! 노부유키가 피아노를 치고 있어.”
빛나는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나간 노부유키는 여덟 살에 모스크바 음악대학원 대강당에서 연주해 찬사를 받았고, 열 살때는 음악계의 등용문이라는 피트나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2000년 9월에는 산토리홀에서 첫 리사이틀을 열었다.
노부유키의 부모는 노부유키를 ‘시각장애아’라는 틀에 끼워 맞추려 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자녀와 더불어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도 함께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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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으로는 일본 최초로 대학에 진학한 후쿠시마 사토시. 그는 아홉 살 때 눈에 염증이 생겨 시력을 잃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청각마저 잃게 됐다.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후쿠시마 사토시 지음·중심)은 이 시청각장애인의 ‘상실과 재생’을 서민적이고 씩씩하며, 강인하게 전한다.
청각마저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사토시는 그 시절을 ‘무중력 속의 고독감’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홀로 부유하던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고 3 담임이었던 시오노야 오사무 선생.
오사무 선생은 그에게 ‘학문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며 대학 진학을 권했고, ‘후쿠시마 사토시군과 함께 걷는 모임’이라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어 대학 생활을 지원했다. 1983년 도쿄도립대학 인문학부에 입학한 사토시는 그 후 가나자와 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1년 봄부터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의 장애해소 부문 조교수로 강의와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발명한 ‘손가락 점자’로 세상과 소통한다. 사토시가 작사 작곡한 노래 ‘Touch in Tokyo’는 ‘여기 친구들의 손이 있기에 살아가는 거야’를 반복하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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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장애인이 우리와 다른,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들을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외눈박이 세상’에서 장애아와 살아가는 부모들의 수기 11편을 모은 ‘다르게 보는 아이들’(백의·게르다 윤 지음)과 입양한 딸 아영이가 무뇌아라는 선고를 받았지만, 하늘이 주신 특별한 선물임을 고백하는 전순걸, 신주련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선물’(신주련 지음·행복한책읽기)도 우리가 이들만큼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장애인의 날 읽을만한 책들
‘오늘은 바람이 무슨 색이죠?’(쓰지이 이츠코 지음·청아출판사)
시각장애를 겪는 아들의 음악적 감수성을발견, 피아노 신동으로 키운 이야기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후쿠시마 사토시 지음·중심)
손가락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청각장애인의 상실을 벗어던진 유쾌한 삶
‘다르게 보는 아이들’(게르다 윤 지음·백의)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수기 모음집
‘선물’(신주련 지음·행복한책읽기)
입양한 중증 장애아를 뜻 밖의 선물로 받아들인 부부의 실천하는 사랑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존 버닝햄 지음·비룡소)
모두와 다른 단 한 마리의 기러기 이야기를 통해, 장애란 가족을 넘어 모든 사람이도와야 하는 문제임을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