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거리는 썩 깨끗하진 않았지만 고풍스러웠습니다. 1800년대 문을 열었다는 모자 가게에는 녹슨 재봉틀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피자 가게도 50년, 60년된 집들이 즐비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낡은 옷차림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오래된 자동차들 조차(정말 그 나라에는 대형차나 신차(新車)가 드물었습니다.) ‘과시하지 않는 알부자들’ 같아 좋아 보였습니다.
요즘 제가 들고 있었던 화두는 ‘공존’이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 거리에 즐비한 수많은 작은 가게들을 보면서 대형 할인 마트에 밀려 사라진 한국의 구멍가게를 떠올렸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 오면서 붉은 조끼를 입은 데모대 때문에 차가 30여분 가량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내 나라 내 땅은 그렇게 부산했습니다. 저는 좀 짜증이 났는데 버스안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더군요. 어쩌면 일상이란 그런 것일 겁니다. 부산함은 역동적인 힘으로 느껴질 수 있고 시끄럽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문제가 많으면 그만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도 많다는 것이니까요.
마침, 한국에 사는 미국인 두사람의 책을 1면으로 고르면서 그들이 보는 한국사회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에게 지극히 낯익어 때로는 짜증나는 일상도 생각만 바꾸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된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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