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 연극은 남성 중심의 호주제나 이혼녀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애환 등을 그리게 될 것으로 소개됐으나 채시라 김태욱 부부의 자아도취적 홍보물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채시라의 탁월한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도취’에 있다. 자신이 출연했던 CF화면을 보며 “저 애 참 예뻤다”고 말한다거나 남편인 김태욱의 콘서트장에 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는 “쟤네들은 참 좋겠어”라고 말한다. 이런 장면들은 아무리 연극이라 해도 ‘채시라가 이렇게 예쁘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앉아있기 민망했다. 채시라가 극 중간에 박지윤의 ‘난 남자다’를 현란한 율동과 함께 선보인 것도 ‘팬클럽 모임’에서나 어울릴 듯한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여자’를 제작한 ‘아트존 꿀단지’측은 “작품에 대한 찬반 논쟁은 예상했지만 채시라 광고를 영상으로 보여준 것은 극중 강인혜라는 보통 아줌마가 바라본 스타의 모습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시어터측 유인촌대표도 ‘여자’가 무리하게 올려진 작품이었음을 인정했다. “처음에 채시라씨가 연극을 하겠다고 찾아왔을 때 오랜만에 다시 연기를 시작하는 거니까 모노드라마보다는 여러 명이 출연하는 작품을 하라고 조언했어요. 하지만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이미 작품을 만들어놓은 상태니 대관만 해달라고 하더군요.”
결국 유 대표는 전회매진을 기록하고 있던 어린이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공연을 지방으로 돌리고 ‘여자’를 무대에 올렸지만 대중적으로나 작품성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
28일 이 연극을 끝낸 뒤 가을쯤 TV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이라는 채시라가 좀 더 프로다운 면모로 브라운관에 복귀하기를 기대해 본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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