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리오니(Leo Lionoi,1910∼1999)는 ‘현대의 이솝’이라고 불린다. 그의 우화 그림책들을 읽어보면, 그 말이 괜한 상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3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49세의 늦은 나이로 그림책 작가가 되기 이전부터 화가, 조각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큰 명성을 쌓고 있었다. 또 예술가로서는 의외지만 경제학 박사학위도 갖고 있었다.
리오니의 우화들은 담백한 재미와 교훈,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가 사는 시대에 관하여 질문을 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만약 이솝우화가 진화한다면, 현대에는 이러한 메시지를 포함한 우화가 되지 않았을까?
‘Fish is Fish(물고기는 물고기야)’는 가장 리오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올챙이와 물고기는 한 연못에 사는 친한 친구이다. 물고기는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해 하고, 개구리는 “개구리는 개구리이고, 물고기는 물고기야”라고 말한다.
게다가 개구리는 물고기에게 연못 밖의 엄청나고 신기한 세계에 대하여 말해 준다. Fish wants to be like his friend Frog and see the world(물고기는 개구리처럼 되어, 세상이 보고 싶다).
그래서 연못 밖으로 뛰어올랐지만, 숨을 못 쉬고 파닥거릴 뿐이다. 간신히 개구리의 도움으로 연못 속으로 살아 돌아온 물고기가 개구리에게 말한다. “그래, 물고기는 물고기일 뿐이야.”
물고기의 짧은 모험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어렵게 자기를 긍정하게 되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그의 또다른 작품 ‘Frederick(프레드릭)’은 칼데콧상 수상작이다.
쥐들은 겨울을 나기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하며 양식을 모은다. 하지만 프레드릭은 베짱이처럼 딴청만 피운다. 그는 엉뚱하게 ‘햇살’과 ‘색’과 ‘이야기’를 모은다.
마침내 겨울이 깊어져 모든 쥐들이 추위로 쓸쓸해 할 때 프레드릭은 자신이 모아둔 것들을 친구에게 나눠준다. 쥐들은 프레드릭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고, 그때 느끼는 기쁨을 통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예술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 이보다 더 부담 없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오니는 “어린이 그림책은 (사람들을) 복잡한 문학 세계로 이끄는 관문”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다시 (리오니의) 우화는 삶과 세계를 사유하는 철학의 출발점이라고 부연하고 싶어진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어른들은 또 어른대로 그의 우화를 즐길 수 있다.
김유경 엄마들의 모임 고슴도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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