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어린 시절 어느 여름 바닷가에 관한 이야기. 한 편의 시와 같은 맥클로스키의 글과 아름다운 그림이 그 여름의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책을 따라 바닷가의 여러 섬을 다니다보면 그 곳 사람들의 바다와 해변, 안쪽의 고요한 숲에 대한 사랑이 눈에 보일 정도다. 몰려오는 태풍에 대비할 때의 흥분, 태풍에 넘어진 거대한 나무의 밑둥과 가지 꼭대기를 탐험할 때의 놀라움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여름 바다에는 경주용 요트, 고기잡이 배, 모터보트 등 온갖 배가 점점이 뿌려져 있다. 어느날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물에 뜬 배가 줄어든다. 어디로 갔는지 노래하던 벌새도 보이지 않고, 제비들은 보트 창고로 모여든다.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이제 아무리 튼튼한 고깃배도 바다에 나갈 수 없다. 잠시 물에 잔물결 하나도 일지 않을 정도로 바람 한점 없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준비를 해야 한다. 아저씨들은 “굉장한 태풍이 될 것”이라고 한마디씩 한다.
사람들은 온통 배 이야기뿐이다. 닻과 밧줄과 쇠사슬이 잘 버티어 줄 지, 쇠사슬을 흔들어보고 밧줄을 꽁꽁 묶고 물건을 단단히 쌓고 받침 나무를 대면서 준비를 한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교회 종이 파도와 함께 가볍게 흔들린다. 그러다 갑자기 바람이 물을 채찍질해 날카로운 파도를 일으킨다. 나무가 우지끈 부러지고 현관문 빗장이 열린다. 책이랑 종이랑 주사위 놀이판이 마루 위로 나뒹군다. 아빠가 있는 힘을 다해 폭풍과 싸우며 문을 닫아건다. 엄마가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이야기를 읽어주지만, 바람이 지르는 비명소리에 엄마 소리가 묻혔다 들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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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멎고, 다음날 아침 밖에 나가보니 부러지고 꺾인 나무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오래된 나무 밑에서는 인디언의 조개더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곳은 백인들이 오기 전 인디언 아이들이 놀던 곳이다. 지금은 여름의 끝. 섬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조개랑 대합이랑 까마귀랑 갈매기들에게 인사를 한다. 조그만 벌새들은 폭풍 속에서 다 어디로 간 것일까? 1958년 가장 뛰어난 미국 그림책으로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품이다.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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