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 옥상. 실내 골프 연습장처럼 만들어진 공간에서 6학년 학생 10명이 골프채 쥐는 법을 복습하고 있다. 강사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잭 니클라우스 골프센터 & 아카데미’에서 파견된 미국인 강사 웬디 로퍼(27·여·미국 PGA 티칭 프로). 로퍼씨는 왼손 엄지를 오른손에 말아 쥘 때를 ‘쥐를 집 안에 가두어 놓는 것’으로 표현하며 학생들에게 빈틈없이 거머쥘 것을 강조했다. 로퍼는 “자세는 골프의 모든 것”이라며 아이들을 다그친다. 아이들의 어깨와 손목을 계속 잡고 조금씩 비틀어주며 자세를 교정해 준다.
수업의 시작은 다같이 모여 ‘주의사항’ 5가지를 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공을 칠 때 그 앞을 지나가지 않는다. 골프채를 갖고 장난치지 않는다. 팀끼리 서로 도우며 연습한다….”
팔 다리 허리의 스트레칭까지 마친 아이들은 채를 잡는 법과 어드레스를 한참 동안 배우고 치핑 샷과 피칭 샷, 퍼팅, 풀스윙의 순서로 연습을 진행한다. 로퍼씨는 학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게임을 한다. 짧은 거리 스윙의 정교함을 익히는 치핑 샷 연습 때는 훌라후프를 놓고 그 안에 공을 넣도록 하며, 풀스윙 연습 때도 과녘을 만들어 맞추기 게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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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은 1회 2시간씩 주 2회. 집에서 기본적인 ‘자세 가다듬기’를 연습하도록 숙제를 내준다. 이 학교 6학년 공진원군(12)은 “공이 채에 통통 맞는 느낌이 좋다. 2시간이 너무 짧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이론설명시간에 통역 김성하씨(28)가 꼼꼼히 이해를 도와주지만 아이들은 실기연습 때는 의사소통에 별 지장이 없다는 표정이다.
미국식 교습법의 특징은 대개의 한국식 연습법과는 달리 풀스윙 이전에 퍼팅과 피칭을 충분히 가르친다는 것. 이 기술에 익숙해지면 지루한 스윙과 달리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뿌릴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골프 연습에 더 흥미를 갖게 된다. 특히 강사 로퍼씨가 학생들에게 힘주어 말하는 것은 샷을 할 때 “무조건 머리를 밑으로 박지는 말라”는 것이다. ‘헤드 업’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한국코치들이 가르치는 방법이지만, 눈은 자연스럽게 볼을 따라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현재 특별활동으로 골프를 가르치는 초등학교는 서울에서는 잭니클라우스에서 미국인 강사를 파견하는 신용산초등학교와 송파구 방이동 세륜초등학교 등이다.2학기에는 참가학교가 더 늘어날 전망. 참가비는 월 3만원이며 어린이용 골프채 세트는 잭니클라우스 측에서 레슨시간마다 준비해 준다. 4∼6학년 학생들이 배우며 각 학교에 10명씩 여섯 반이 있다.
신용산초등학교의 경우 3월18일 등록을 받았는데 학부모들이 오전부터 몰려 대기표를 나눠준 끝에 결국 선착순 60명만 등록할 수 있었다. 이 학교 고석완 교장은 “특별활동에 정원이 초과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었다. 골프교육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 수준을 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는 ‘리틀 골프스쿨’등에서 강사를 파견해 낙민 초등학교 등에서 골프 특별활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키즈스포츠센터에는 어린이 골프 개인지도 프로그램이 있으며 성남시 분당구 임경빈골프아카데미에도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골프교실이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