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최익현선생 추모공원 대마도에 3만평규모 조성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26분


면암 최익현 선생의 영정.
면암 최익현 선생의 영정.
면암 최익현(勉庵 崔益鉉·1833∼1907) 선생의 순국의 한(恨)이 서린 일본 쓰시마(對馬)섬에 면암 추모공원이 세워진다.

면암은 항일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1906년 일제에 의해 쓰시마섬에 끌려갔다 일본의 곡식은 결코 먹을 수 없다며 단식 끝에 순국했다.

이 추모공원은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섬의 이즈하라(嚴原)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약 3만여평 규모로 조성된다. 8월경 착공해 2005년 가을 완공할 예정이다.

공원에는 면암의 영정과 위패를 모실 사당, 면암과 관련된 한국과 일본의 역사 자료를 전시할 기념관, 면암 추모비와 면암의 아홉 제자를 기리는 구의사(九義士) 기념비, 팔각정과 누각, 각종 교육과 숙박에 사용될 전통 한옥 등이 들어선다. 면암이 사용했던 갓과 도포, 일본인들에게 써준 각종 글, 제자들이 면암에게 쓴 편지 등도 전시된다.

면암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의병장으로 1876년 일본과의 병자수호조약 체결에 항의해 상소를 올렸다 유배당했고 1905년 을사조약이 발표되자 73세의 고령으로 의병을 일으켰다.

일본군에 체포된 면암은 쓰시마섬으로 끌려가면서도 일본 땅을 밟지 않겠다며 짚신 바닥에 고국의 흙을 한줌씩 담아 신고 갔고 단식 끝에 1907년 1월1일(음력 1906년 11월17일) 순국했다.

무엇보다 이번 추모공원은 한국은 물론 면암을 박해해 순국에 이르게 한 일본 등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는 쓰시마섬이 소속된 나가사키현, 쓰시마섬의 이즈하라 정청, 쓰시마섬 관광협회가 공원 조성에 노력해왔다. 일본측은 공원이 들어설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건립 비용 300억여원은 한국에서 부담한다. 재일동포들이 약 200억원, 정부 보조금 50억∼100억원, ‘면암 선생 지정회 및 추모공원조성 추진위원회’(위원장 하연순)측이 나머지 비용을 국내에서 모금할 예정이다.

면암의 현손(玄孫)인 최창규 성균관장(사진)은 “일본은 물리적 강국이고 한국은 문화적 대국인데, 일본이 강(强)을 앞세우면 항상 전쟁이 일어났다”면서 “한국과 일본, 또다른 박해의 상징인 재일동포까지 추모공원 조성에 동참한 것은 동아시아에서 진정한 평화를 원했던 ‘면암 정신’을 되살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면암은 한일 양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보기 드문 인물 중 하나다. 면암이 순국한 뒤 잠시 유해가 안치됐던 쓰시마섬 수선사에는 1986년 순국비가 세워졌고 매년 양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1991년 추모제에는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95년 작고) 전 일본 총리가 ‘한일 양국이 극동의 안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공헌하는 것이 쓰시마섬에서 별세한 최익현 선생의 영혼을 위로하는 게 된다’는 내용의 추모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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