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털어 '우암평화연구원' 설립한 이호재 고대 명예교수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26분


2월 정년퇴임한 이호재(李昊宰·정치외교학)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반도 평화실현 방안 등을 연구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사단법인 ‘우암평화연구원’을 설립했다. 우암(牛岩)이라는 이름은 이 교수의 호에서 따온 것으로 ‘소처럼 우직하게 바위처럼 단단하게’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교수가 교수 재직시절 학위논문을 지도했던 석· 박사 제자 40여명이 이사와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연구원을 설립하면서 소장하고 있던 정치 외교 관련 책 6000여권을 연구원에 기증했고 저서 9권의 판권도 연구원에 양도했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화평빌딩 506호에 있는 연구원을 찾았을 때 이 교수는 인터넷으로 무언가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다. 15평 남짓한 아담한 사무실에는 수많은 책과 이 교수가 평소 아끼는 담배 파이프 10여개가 잘 정리돼 있었다.

연구원을 설립한 동기에 대해 이 교수는 “그동안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주제가 바로 평화문제였다”면서 “평화문제에 관한 연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연구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1988년 고려대에 평화연구소를 만들어 3년간 초대 소장을 맡아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방안을 연구하는 등 오래전부터 평화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교수는 “최근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남북이 모두 변화해야 하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협력관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해방정국 당시의 김구 김규식의 ‘남북협상론’처럼 남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제 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3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북한이 우선 한반도 공산화 목표를 버리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수출 등 대량살상 무기문제에서 투명한 자세를 보여야 하며, 남한은 대북 온건론을 정책기조로 하되 김대중 정부처럼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 국론분열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요즘 대학원 특강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연구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연구원을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학술연구의 중심기관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학문적 욕심’ 때문이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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