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채널의 민영화는 방송계에서 수년 전부터 거론돼 왔으나 영향력 있는 민간경제단체인 전경련이 새삼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전경련이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공영방송과 관련 기관으로 민영화를 확대해야 한다”며 MBC, KBS2, 연합뉴스, YTN을 꼽았다는 점이다.
전경련의 이 같은 주장은 정부와 재계가 갈등을 빚을 때마다 정부의 입장을 두둔해온 방송에 대한 불만과 공영방송의 비효율적 경영이 다매체시대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3일 이와 관련, “정부가 통제하는 방송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힘이 큰 데다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의 조성봉(趙成鳳) 박사는 “신문 시장은 소비자 선택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반면 국내 3개 지상파가 사실상 공영 방송으로 경영의 효율화나 시장 경제 원리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2와 MBC는 실제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을 선임하지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방송위원회가 선임한다. 또 방송위원회는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네 자리를 정부 여당이 추천한 위원들이 차지하고 있으므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 채널의 경영 비효율성도 채널별 경쟁력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방송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방송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KBS(지역 포함)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2000년 말 기준)은 1억2300만원, MBC(본사)는 1억9000만원인 데 비해 SBS는 2억7300만원으로 민영방송인 SBS가 훨씬 높다.
또 KBS2와 MBC는 공영방송이라고 하지만 재원의 100% 가까이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어 정체성 문제도 계속 제기돼 왔다. MBC의 경우는 1999년 2월 김대중(金大中) 정부 초기 때 발표된 ‘방송개혁위원회 보고서’에서도 3단계 민영화 방안이 거론됐다.
전경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MBC나 KBS 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MBC 측은 “민영화는 자본에의 종속을 초래할 수 있어 시청자 이익에서 본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 체제에 문제가 있다면 경영의 효율성 도모와 방송 품질의 질적 제고 등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S 측도 “공영방송으로 1, 2채널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하므로 2TV의 민영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방송학자는 이에 대해 “민영화는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지만 현행 공영방송 시스템에 기초를 둔 정부의 방송 통제와 경영의 비효율성을 전경련이 지적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