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이라는 명언을 남긴 칼릴 지브란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베스트셀러 시집을 발표했던 류시화의 만남.
최근 재출간된 ‘예언자’는 두 시인이 세대와 시대를 건너 뛴 ‘유려한 감수성의 결정체’다. 미국 뉴욕에서 1923년에 첫선을 보인 이 책은 국내에서 1960년 고 함석헌 선생의 번역본으로 나온 뒤 1975년 문예출판사와 삼중당, 1976년 범우사, 1980년 서문당 등 수십 여개 출판사에서 번역자를 바꿔가며 출간됐다.
비록 미국에서만큼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이 책은 40년이 넘도록 잔잔한 감흥을 일으키며 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언자’는 알무스타파와 알미트라라는 두명의 남녀 예언자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사랑 결혼 슬픔 기쁨 등 삶의 진리를 들려준다. 지브란은 이들의 입을 통해 ‘사랑이 환희의 절정이면서 고통도 감수해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결혼에 대하여’ 중)
시인 겸 철학가이자 소설가이며 화가였던 지브란은 레바논에서 태어나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했다. 마흔여덟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성서(聖書)’처럼 “고난이 닥치더라도 서로 사랑하라”고 권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문학작품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화가 지브란이 그려낸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림들을 처음으로 수록해 더더욱 반갑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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