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이탈리아 공연에 앞서 이번에 고국 팬들 앞에 먼저 평가를 받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어떤 극을 창조할 것인가? 나는 무엇보다 쵸쵸상 즉 ‘나비부인’이라는 인물의 내면 창조에 주력하려 한다. 드라마는 사실의 재현도, 역사도 아니다. 오직 극장 안에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며 인간의 존엄과 우주의 진리를 제시하는 것이 드라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비부인’은 잘 알려졌듯이 100여년 전 서양 사람들이 가슴깊이 두고 있던 우월감속에 ‘욕망의 실험실’ 이란 기치를 내세워 동양을 소재로 선택한 작품이다. 내용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1895년경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 살았던 한 게이샤(기생)는 신분상승의 욕구와 순수한 사랑에의 갈망으로 강국 미국 장교의 현지처가 된다. 그는 종국에 그토록 원했던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 삶의 모습이 훼손되었음을 깨닫게 되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자살한다. “명예로운 삶을 살지 못 할 바에는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다.” 한 여인의 슬픈 내면을 너무도 잘 표현한 비극적인 드라마 위에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대가인 푸치니의 음악이 구구절절 흐른다. 이 드라마의 핵심단어를 극 속에서 찾아보면 애절한 사랑속에서 드러나는 ‘돌로레(고통·Dolore)이기도 하다.
이번 연출 작업에서는 사랑의 시작부터 죽음에까지 이르는 한 여자의 ‘돌로레’를 얼마나 밀도있게 그려내느냐에 그 출발점을 두었다. 나는 이 여인을 과거의 드라마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
세계 무대를 위해 준비된 이번 무대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낼 것으로 자신한다.
연출가 정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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