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선비정신

  • 입력 2002년 4월 30일 15시 27분


필자는 지난해 푸르름이 가득한 초여름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자연 경관이 빼어난 이스트밸리CC에서 뜻깊은 라운딩을 했다.

“이 나이에도 항상 제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지요. 늘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한 홀 한 홀 돌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곤 한답니다.”

골프가 단순히 육체적 건강을 위한 운동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은 골프의 규칙 제1장이 ‘에티켓’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규칙이 에티켓으로 시작하는 스포츠는 골프말고는 없다.

강 회장의 골프예찬론은 계속됐다. “티업 시간을 엄수하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고 라운딩을 하다가 공이 벙커나 러프에 빠져 좌절을 맛볼 때는 모든 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태도와 정직함 등 모든 면에서 삶의 교훈을 얻습니다.”

따라서 골프는 정신적인 운동이며 선비정신을 갖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비정신을 지키며 골프의 정도를 어기지 않는 사람만이 훌륭한 골퍼로서, 동시에 훌륭한 사람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다.

강 회장은 자신이 한 말처럼 라운딩을 하면서 줄곧 겸손하고 올곧은 태도를 잃지 않아 동반자들의 고개를 절로 숙이게 했다.

평소 그를 가까이 아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겸손함에 찬사를 보낸다. 게다가 매사에 정직하고 진지한 그의 정신 세계가 ‘40년 박카스 신화’를 일궈낸 것이리라고 입을 모은다. 광고 카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던 시절부터 그는 ‘활력을 마시자’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풀자’라는 박카스 광고 문안을 만들어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강회장은 우리나라 스폰서 대회의 효시인 오란씨 오픈을 1976년에 개최해 한국 골프 발전에도 큰 몫을 했다.

그의 기업가 정신은 골프장에서 보여준 선비 정신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순숙 월간 골프헤럴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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