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 ‘구부러진 포크’ ‘글자 없는 책’ 등 그래픽 아트, 제품 디자인, 어린이 놀이도구, 그림책 등등 250여점이 선보인다.
‘구부러진 포크’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은 대부분 단순하다. 단순하지만 이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따스하다. 이 작품은 손가락 끝으로 대화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습관을 표현한 것. 일종의 유희로, 디자인이 즐겁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진솔하고 편안하다. 그의 디자인은 그래서 제품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저 구부러진 포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 철학적이고 사색적이다. 그래서 넌센스의 미학이라고 한다.
‘글자 없는 책’도 마찬가지다. 책 속엔 글씨가 전혀 없고 여러색의 종이만 있다. 색지를 모아둔 샘플 같지만 페이지들은 가로 세로 대각선 원형 삼각형 등 여러 형태와 방향으로 잘려있다. 넘기다보면 마치 몬드리안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보는 듯,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보는 듯 유쾌하다. 1940년대에 이런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것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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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리 디자인의 또다른 매력은 억지로 완성된 상품을 만들려하지 않는다는 점. 다양한 제품에 이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열린 가능성의 디자인이다. 02-580-1538,1648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줄리아나 갤러리에서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조각과 회화 25점을 선보인다. 2001년 미국 뉴욕 휘트니뮤지엄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입체 조각 등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이 주조를 이룬다.
르윗은 불과 대여섯개의 색으로 20세기 미술의 정상에 오른 작가. 그의 작품은 미니멀 아트답게 단순 명쾌하다. 많지 않은 간결한 색으로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를 펼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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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입체작품. 그동안 기하학적인 형태, 직선의 색이나 물결치는 색의 회화 혹은 벽화를 그려온 그가 입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회화가 색의 띠였다면 이번 입체작품은 ‘Splotch’라는 제목처럼 색의 덩어리다. 유리섬유로 울퉁불퉁한 입체를 형상화 한 뒤 그 위에 쓱쓱 몇 개의 색을 칠한 작품. 이전의 회화에선 색이 평면에서 물결쳤다면 이번 입체에선 상하좌우로 색이 요동친다. 단순한 몇 개의 색이지만 환상적이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하다.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색상에 몰입해온 작가의 열정의 소산이자 자신감의 발로다.
이 작품에 대해 굳이 의미를 따질 필요는 없다. 절제의 미학과 그 절제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상상의 세계. 무심한 듯 하지만 한참을 보노라면 무심하지 않은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르윗 미술의 매력이자 의미다. 02-514-4266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