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윤양중(尹亮重) 전 간행물윤리위원장 교체가 업무상 잘못 때문이 아니라 자리를 챙겨줘야할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기 무용론’마져 나오고 있다. 문화부 의 40여개 산하기관 임원의 임기는 대개 3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문화부의 인사 편의를 위해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간행물윤리위원장 교체는 자리 나눠먹기의 전형적인 예. 윤 전 위원장은 간행물윤리위의 위상제고와 책읽기 문화 확산에 주력해 내외부의 좋을 평가를 받았다. 그는 특히 지방의 독서지도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독서강연회’에 각계 유명인사를 연사로 초빙해 함께 지방까지 내려가는 등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도 문화부 고위관리가 윤 전 위원장에게 “임기가 남아있지만 그만둘 수 없겠느냐”며 사실상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위원장은 이 얘기를 듣고 지난달 23일 이임식을 갖고 사퇴했다.
간행물윤리위의 위원 20명은 문화부 장관이 위촉하고 위원들이 위원장을 호선하면 장관이 승인토록 돼있기 때문에 문화부에서 사퇴를 종용하면 버틸 재간이 없는 실정이다. 윤 전 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외부 압력의 부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공론화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궁진 장관은 윤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노성대 전 MBC 사장을 위촉했고 임시위원회에서 노 전 사장이 새 위원장에 선출됐다.
광주출신인 노 전 사장은 1999년 3월 MBC 사장에 취임했으나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년만에 중도사퇴했다. 노 전 사장이 사퇴했을 때도 정부의 압력으로 물러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정부의 입김으로 중도사퇴했던 노 전 사장을 현 정부 임기 안에 봐주기 위해 이번에는 윤 전 위원장을 중도사퇴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동생의 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퇴압력을 받았을 때는 ‘임기 준수’를 내세웠던 정부가 정작 전문성이 필요한 문화단체 인사에서는 정해진 임기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