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궁(palace)과 성(castle)은 퇴색한 문화재가 아니다. 왕권의 실체적 표현이자, 주인인 여왕의 위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권위의 구조물이다.
여왕이 주로 기거하는 곳은 런던의 버킹엄궁. 그러나 여왕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 흩어져 있는 궁과 성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이곳을 집무실, 가족들이 기거하는 곳, 휴양지로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성에 여왕이 다녀가셨다’는 풍문조차 영국민에게는 여왕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해 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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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위에 영국국기인 유니언 잭이 걸려 있으면 여왕이 부재중임을 의미하고, 사자 2마리가 그려져 있는 ‘로열 스탠더드’ 깃발이 걸려 있으면 여왕이 머물고 있는 것이다. 깃발이 없으면 궁이 적들에게 함락됐음을 의미한다.
성은 궁에 비해 요새로서의 방어개념이 강한 건축물. 윈저성 역시 템스강변을 끼고 있어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유리한 입지라 왕들의 대피처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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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성
스코틀랜드 올드타운 서쪽의 바위산에 자리잡고 있어 성에서 도시를 굽어 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에든버러성은 1018년부터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험한 자연조건을 살린 산성(山城)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격렬한 투쟁사를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잉글랜드의 성이 평지에 구축된 것에 비해 스코틀랜드의 성들은 주로 산악에 건축됐다. 성 안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전통의 왕관, 칼, 지휘봉 등이 전시돼 있다. 여왕을 비롯해 왕족은 여름휴가철에 이곳에 와서 성의 외곽공간에서 에든버러를 굽어보며 가족들과 바비큐파티를 즐긴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필립공은 고기를 철판에 굽고 전담 요리사는 소시지를 만든다. 찰스왕세자는 비교적 쉬운 전채요리를,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토마토샐러드 등을 만든다. 요리를 즐기지 않는 여왕은 그냥 먹기만 한다.
●홀리루드하우스궁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다. 1128년 세워졌으며 휴식처인 에든버러 성과는 달리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업무를 보는 곳이다. 과거 부유했던 스코틀랜드의 영광을 보여주는 바로크 양식이 호화롭다. 여왕의 식당에서는 16∼17세기경 인도 중국 일본 등에서 가져 온 찻잔과 수저 장식물 등을 발견할 수있다. 최근에 여왕은 이곳에서 국빈을 대접하는 만찬을 자주 주최한다. 여왕은 1년에 1월, 6월 2번씩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선행을 베풀거나 명예를 드높인 스코틀랜드인들에게 메달 수여식을 갖는다. 최근에는 ‘골든주벌리’를 기념해 윈저성에 있는 소장품들을 이곳으로 옮겨와 전시 중이다.
런던·에든버러〓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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