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어도 그 쓰임새가 반드시 있다는 말이다.
아동도서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강아지 똥’도 그렇다. 비록 짧은 소품이지만 소외된 것에 대한 따듯한 애정을 담은 내용이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 읽어도 훈훈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강아지가 볼일을 본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강아지 똥. 참새와 병아리로부터 ‘냄새가 난다’며 구박을 받고 농부에게 조차 외면당하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절망하는 강아지 똥을 포근하게 감싸는 민들레. 강아지 똥은 민들레가 꽃을 피우는데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영양분)임을 깨닫게 된다.
특히 포근한 글과 더불어 정승각씨의 정감 어린 색채의 그림은 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강아지 똥’은 사실 1969년 동화작가 권정생씨가 ‘기독교 아동문학상’을 받았던 작품. 그 후 몇몇 동화집에 실리긴 했으나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선생이 어린이들에게 구연동화라며 ‘강아지 똥’을 읽어주는 것을 목격한 정씨가 재출간을 권유하면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권정생씨가 원본을 간소하게 줄여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이 책 역시 한참을 잊혀져 있다가 뒤늦게 빛을 본 셈이다.
이 책은 1996년 4월 초판이 나온 후 지금까지 36쇄에 21만부가 넘게 팔렸고, 요즘도 한달 주문량이 6000∼8000부에 이른다. 서울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6년이 넘은 책인데도 지난주 유아부문 판매 순위 2위에 올랐고 한달에 300부 이상 판매된다”고 말했다. ’강아지똥’은 연극으로도 올려져 12일까지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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