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아스팔트로 상징되는 도시와는 여러 가지가 다른 환경이다. 옷이 더러워지고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처음 갯벌을 대하는 아이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대개 갯벌에 들어가기를 주저한다. 옷이 더러워지면 엄마에게 혼날 거라는 무의식적인 위축감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하는 일이란 대개가 일상의 금기를 깨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하던 일, 즉 아무리 옷을 더럽혀도 부모에게 혼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부터 일단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몸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어 뒤뚱뒤뚱 걸으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갯벌 구석구석에서 굴 바지락 게 낙지 등을 곧잘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찾아내고 그것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시커먼 벌판에 불과하지만 그 곳이 수십가지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임을 알게되면 도심에서는 겪기 힘든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감정과 소중함을 느낄 수도 있다.
갯벌 위는 친구들끼리 각종 이벤트나 경기를 펼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갯벌레슬링 갯벌축구 등을 하며 몸을 ‘푹신한 갯벌 쿠션’에 던지면서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재미는 어디서도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을 처음 갯벌에 데리고 나가는 날 부모들도 감수해야 될 것이 있다. 아이들이 처음 체험해보는 신기한 공간에서 잘 나오려 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아이다움’의 제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각오 쯤이야.
이원형 명지대 겸임교수·싸이더스 ‘리틀즈’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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