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이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조계사가 마련한 ‘동자승 30일 출가’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11명의 다섯 살, 여섯 살의 또래들과 함께 삭발하고 수계식을 가지면서 성준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진짜 머리 깎고 집을 떠난다고 생각하자 무서워진 것이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자 달라졌다. 명선 스님에게 “저 엄마 보고 싶어도 참을래요” 하고 말했다.
성준이의 어머니 한인순씨(38)는 “요즘 아이들은 자기만 알기 쉽다”며 “2녀1남의 막내인 성준이가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보라고 ‘출가’시켰다”고 말했다.
동자승들은 모두 법명을 받았다. 돌림자는 길 도(道). 동자승들에게는 또 승복 가사 장삼 걸망(배낭)이 지급됐다. 조계사의 모든 어른 스님들은 동자승들에게 존대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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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스님들의 보살핌을 받는 동자승들은 오후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4시에 일어난다. 오전 4시반부터 1시간반 가량 대웅전에서 새벽 예불을 본다. 합장하고 배례하고 반야심경을 외운다. 예불은 낮과 저녁에도 있다. 동자승들은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식사하고, 감사의 공양 게송을 외운다. 식사 후에는 그릇과 수저를 직접 치운다. 불교 설화를 듣고 연등을 만들고 목탁도 쳐 본다. 그러나 다른 동자승의 ‘똥꼬를 찌르는’ 등 개구쟁이 모습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다.
자녀들을 30일 출가에 참여시킨 부모들은 동자승 체험을 하고 난 다음 아이들이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지난해 프로그램 참가자 윤효은양(6)은 아이들이 정신없이 떠들면 “얘들아, 나 이제 참선할 거야. 우리 조용히 하자” 라며 참선 시범을 보여 순식간에 반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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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정씨(36·경기 고양시 주교동)는 98년 큰 아들 한재성군(7)을 참여시킨데 이어 올해 둘째 재호군도 ‘출가’시켰다. 정씨는 “아이가 신앙을 가질 경우 설령 왕따나 협박 등 학교생활을 하며 힘든 위기를 만나도 결코 ‘극단으로 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불교를 믿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기독교 계통 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정씨는 “모든 종교가 학교나 학원에서는 해줄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의 세례’를 베풀어주는 것 같다”며 “종교생활을 하며 아이들은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들이 유소년기에 종교를 갖는 것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관해서는 각각 다른 의견이 있다. 아들 현우군(5)을 작년에 출가시켰던 아버지 조필성씨(38·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나이 들어서 갖게 된 신앙은 개인적인 대가를 원하는 ‘구복 신앙’이 되기 쉽다. 그러나 유소년기에 종교를 갖게되면 원래부터 자기의 일부였던 것처럼 신앙생활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종교학과의 정진홍 교수는 유소년기의 종교 입문이 갖는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교리를 삶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자기 주체성이 갖춰진 나이가 됐을 때 종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