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후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작가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가 만화가 이희재의 펜 끝에서 격조높은 컬러 만화로 최근 완간됐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삼국지는 모든 동양인의 필독서. 꼭 한번은 읽고 넘어가야 할 ‘삼국지’의 산맥을 걸어 넘어가는 데 있어서 ‘만화 삼국지’가 어린이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잔가지는 치고 큰 줄기는 살리고, 울림이 있는 곳은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읽어온 삼국지 만화는 일본판 번역본이 대부분. 만화가 이희재는 우리나라 작가가 한글 세대를 겨냥해 쓴 삼국지를 바탕으로 캐릭터 하나하나의 성격을 잘 드러내면서 고증을 통한 그림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
‘삼국지’ 속의 인물은 고대 역사 속의 인물인 동시에 2000년의 시간을 걸어 내려와 오늘의 시대에 살아 숨쉬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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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요동해도 흔들림없는 믿음의 관우, 감정에 충실한 용맹의 사나이 장비, 답답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며 어질기 그지없는 유비, 이상을 품고 초막에 누워있다가 유비를 따라나선 풍운의 지략가 제갈공명, 사람을 버리고 얻는데 실리를 쫓으며 천하 제패에 다가서는 조조, 배신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무도한 여포, 그 밖의 원소 공손찬 손견 손책 조자룡 태사자…. 만화가 이희재는 이들 수백수천의 영웅호걸을 현대인에게 친근한 캐릭터로 되살리면서 풍부한 만화적 상상력과 탁월한 연출로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이 보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변모시켰다.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과장하거나 순간순간의 재미에 치우치기보다 균등한 힘으로 붓끝을 눌러가는 묵직함이 엿보인다.
‘만화 삼국지’는 원작인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의 해석을 따라, 유비를 높이 칭찬하고 조조를 간교한 영웅으로 모는 기존의 삼국지와는 달리, 유비 이면에 숨겨진 야망과 우유부단함을 밝혀내고 조조를 뛰어난 전략가이자 진정으로 백성을 위했던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만화 삼국지’는 지난해 6월 유비 관우 장비가 의기투합하는 제 1권 ‘도원에 피는 의’가 출간된 이후 11개월만에 제갈공명의 최후를 그린 제 10권 ‘오장원에 지는 별’로 완간됐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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