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윤석 사장은 불과 2년 전만해도 록그룹 ‘황신혜 밴드’의 베이스를 맡았던 가수 출신이다. 술도 열정적으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조 사장은 “데킬라를 정말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액션을 크게 취하면서 온 몸으로 술의 맛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킬라와 사이다를 양주잔의 절반씩 분량으로 부어 섞은 뒤 잔 위를 손바닥으로 막고 탁자 위에 세게 3번을 내려친다. 이 때 멕시코 사람들처럼 “우노 도스 트레스(하나 둘 셋)!”를 큰 소리로 외치면 더 해방감이 느껴진다. 사이다의 탄산이 채 새어나오기 전에 ‘원 샷’으로 먹으면 ‘속이 터지는 것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느낀다. 조 사장은 “연인 사이라면 데킬라와 곁들이는 소금이나 레몬을 신체 부위에 조금씩 발라 두었다가 술을 마신 뒤 핥아 먹는 것도 애정표시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소재영 교수/문화를 음미한다
소재영 교수는 유년시절에 다양한 해외생활 경험을 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남한과의 수교 상태가 유지됐던 70년대 중반 아프가니스탄에서 살았던 적도 있다. 그는 럼 ‘바카디’에 콜라를 타 마시는, 일명 ‘쿠바 리브레’라 불리는 칵테일을 좋아한다. 소 교수는 “술도 문화의 일종이라, 술의 탄생 배경을 생각하면서 마시면 술 맛을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인들은 독립(1898년) 후 자국과 인접한 카리브해의 사탕수수를 오래 숙성시켜 만든 럼에 미국의 코카콜라를 타서 먹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쿠바 리브레’를 만들려면 양주잔에 럼 3분의 2, 콜라 3분의 1을 섞은 뒤 얼음도 몇 개 집어 넣는다. 소 교수는 “얼음 섞은 칵테일을 한 잔에 들이켜면, 사탕수수의 부드러움이 콜라의 달착지근한 맛과 섞여 오랫동안 입 안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고 말한다.
▼윤성법 지사장/물과 향을 맞바꾼다
|
윤성범 지사장은 듀어스 위스키의 팬이다. 그는 “위스키에 차가운 물을 살짝 부어 넣으면 아로마향 스모키향 나무냄새 등이 더 진하게 스며든다. 스트레이트로 그냥 먹으면 알코올 맛만 느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라고 평한다.
듀어스를 코로 입으로 음미하며 마시는 그를 보면 왠지 술 마시는 ‘폼’이 더 살아나는 느낌인데, 영화 ‘스파이 게임’에서 베테랑 CIA요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CIA요원이라면 언제든 12년 이상 숙성한 스카치 위스키를 잘 마셔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다. 윤 지사장은 “물만 넣고 마시고 있으면 얼음을 자꾸 채워 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자칫 상대방에게 결례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적당한 온도의 물을 탔을 때 향이 우러나오는 것이지, 얼음을 많이 넣는다고 향을 더 잘 음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박성준 사장/우아하게 맛본다
박성준 사장은 코냑을 마시는 날에는 더 우아하고 럭셔리한 이미지로 자신을 연출한다. 미국 뉴욕의 패션 명문학교 ‘파슨스’ 졸업생답게 은색 안경테와 기하학적인 프린트가 새겨진 넥타이를 착용한 그는 “코냑이 패셔너블한 술이란 점이 맘에 든다”고 말한다. 술잔의 곡선도 미끈할 뿐만 아니라 ‘오타드 엑스오’는 특히 눈물의 물방울 모양으로 디자인된 술 병 안에 담겨있다.
그는 코냑만큼은 다른 것과 섞어 먹지 않는데, 이는 코냑이 환경변화에 민감해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원래의 맛을 상실하기 때문. 체온과 술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술 잔을 손바닥으로 감싸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박 사장은 “몇 시간에 걸쳐 마시는 ‘코냑 석 잔’은 취하는 느낌이 다른 술을 마실 때와 틀리다. 첫 맛은 묵직하지만, 여러 모금 마실수록 혀가 상쾌해 진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