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주한외교사절 직지사 ´템플 스테이´ 참가

  • 입력 2002년 5월 12일 19시 09분


“동그란 원이 있다. 안에 들어가도 한 대 맞고 들어가지 않아도 한 대 맞는다. 안 맞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2일 오전 3시반 경북 김천시 직지사. 대한불교조계종 정진(正眞) 스님과 주한외교관들 사이에 ‘선문답(禪問答)’이 벌어졌다. 침묵이 이어지던 중 타데우시 호미츠키 폴란드 대사가 답했다.

“들어갈 필요가 없으면 나올 필요도 없다.” 스님이 답했다. “옳지만 정답은 아니다.”

외교관들은 선문답의 답을 구하기 위해 30분간 참선했다. 그러나 속시원한 표정들은 아니었다.

정진 스님은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은 모두 잠꼬대며 나는 한마디도 안 했다”며 더욱더 알쏭달쏭한 말로 참선을 끝내게 했다.

하지만 참선이 끝난 후 통역을 맡은 미산(彌山) 스님은 “이같이 어려운 질문은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참선을 통해 논리가 아닌 직관의 세계를 경험해보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외교관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모임은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가 월드컵을 맞아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맛보이기 위해 마련한 ‘템플 스테이(Temple Stay)’. 캐나다 호주 등 20개국 주한외교관과 그 가족 37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1일 오후에 도착해 1박2일간 연등 만들기, 탑돌이, 탁본 뜨기, 발우 공양 등을 직접 체험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아침식사 후 싸리비를 들고 절을 청소하기도 했다.

특히 불가의 식사인 ‘발우 공양’을 통해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법을 배우고는 환경친화적인 태도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조슬린 코모 주한 캐나다 대사 부인은 “야외명상과 다도 음식 등 인상적인 것이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계종(02-732-9925)은 20일부터 6월30일까지 전국 33개 사찰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이 같은 ‘템플 스테이’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천〓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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