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무책꽂이]세상을 듣는 기쁨 '북한문화유산답사기'

북한문화 유산 답사기(유홍준 저)/이강식 북텔링/테이프 2개 9000원 오디세이 닷컴

“거, 최 PD가 방송에서 책 읽어주는 것이 참 듣기 좋아요. 요즘은 눈이 예전 같지 않아 책을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어요.”

“선생님, 요즘은 오디오북도 나왔어요. 성우들이 책을 녹음한 거라구요. 그냥 틀어놓고 들으시기만 하면 돼요.”

지금 내 앞에 앉은 이 노년의 건축가는 아마 내일 서점에 가서 오디오북을 몇 개 골라 들 것 같다. 내가 진행하는 국악방송(서울 경기 FM99.1MHz) ‘한밤의 음악누리’는 크로스오버음악 프로그램으로 청취층이 10대에서 40∼50대까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들은 소위 ‘책 읽어 주는 시간’을 예외없이 사랑한다. 특히 50대 후반이 되신 분들은 나이 들어가면서 멀리했던 책읽기를 듣는 책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며 행복감을 전해오기도 한다.

유홍준 교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를 담은 오디오북도 그 중 하나. 성우 이강식이 섬세하면서도 구수한 목소리로 전하는 이 책은 가벼운 동화나 수필류에 머물렀던 오디오북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여준다. 특유의 박학다식과 미학적 관점을 수다로 부드럽게 포장한 유홍준의 글들은 오디오북을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수묵채색화를 마음에 그리고 싶은 아름다운 배경음악까지, ‘듣는 책’의 기쁨을 한껏 느끼게 한 이 오디오 북은 가보지 못한 산야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마치 곁에 있는 듯 묘한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북한이 고향인 어르신들에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리라.

오디오북은 한권의 책이 아닌 하나의 세상이다. 세상을 듣는 기쁨을 기꺼이 누려 보시기를.

최효민 국악방송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