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브랜드 닥스의 한국 시장 진출 20주년을 기념하는 ‘2002 닥스 추동컬렉션’이 15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영국 닥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티모시 에버레스트를 만나 닥스의 새로운 상품라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디자인 총괄팀장격인 그는 마치 보수파 정치인처럼 인터뷰 내내 ‘100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가 이번 쇼에 등장시킨 라인은 모두 세 가지. ‘닥스’ 하나의 이름으로 돼 있던 것을 기본라인인 ‘닥스 시그너처’와 럭셔리 라인인 ‘닥스’로 분리했으며, ‘닥스 E1’이라는 새로운 라인도 선보였다. ‘하우스체크’나 ‘타탄체크’ 등 닥스의 전매특허랄 수 있는 10여종의 체크 무늬는 그대로 살리면서 세부적인 설정을 조금씩 다르게 한 것들이다.
이 중 ‘닥스 E1’은 쇼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닥스는 중년 신사 숙녀복’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20, 30대를 위한 라인이기 때문이다. 에버레스트는 “밝고 역동적인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귀엽고 재미있는 의상들도 선보였다”고 말했다. 닥스의 기본색상이라 할 수 있는 브라운계열을 많이 줄인 대신 오렌지색 하늘색 카키색이 등장했으며 흰색 수트나 노출효과가 높은 시폰 소재의 원피스, 줄무늬 바지, 빈티지 재킷 등 튀는 의상들도 많았다.
‘닥스 시그너처’나 ‘닥스’라인에서도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 외에 몸에 꼭 들러붙는 빨간색 가죽코트나 검은색 가죽바지 등으로 간간이 로맨틱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로운 라인들은 내년 이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에버레스트는 원래 런던의 맞춤복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닥스에 영입됐다. 버버리 아쿠아스큐텀 등 대표적인 영국 브랜드들도 요즘은 미국계 디자이너들을 초빙하는 추세. 그러나 최근에 조직된 닥스의 헤드디자인팀은 에버레스트를 비롯해 모두 ‘골수 영국파 디자이너’로만 구성됐다.
잉글랜드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영화배우 톰 크루즈, 가수 엘튼 존 등은 요즘도 에버레스트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다. 그는 영국의 신세대들을 대상으로 ‘맞춤복을 입자’는 계몽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옷이 주가 되고 몸이 객이 되는 요즘 럭셔리브랜드의 디자인 경향이 싫어서죠. 닥스는 앞으로도 ‘맞춤복 같은 기성복’을 세계적인 판매 전략으로 삼을 겁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