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막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취화선’은 꽃과 여자를 좋아했던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다. 구한말 언론인 장지연의 저술 ‘일사유사(逸士遺事)’에는 미인이 곁에서 술을 따라야만 장승업이 그림을 그렸다고 돼 있다. 영화에도 그런 장면들이 나온다.
영화 ‘취화선’은 장승업의 그림과 승부를 겨루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강원 영월의 동강, 충북 제천의 갈대밭, 전남 조계산의 단풍을 거쳐 영종도의 거대한 뻘밭까지 담아낸 스크린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말하려는 듯하다. 남자에 아예 관심을 끊어버린 절세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붓꽃을 살아있는 듯 화폭에 옮긴 한 화가의 각오도 떠올리게 한다.
붓꽃이 아름답듯 아이리스도 아름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이 감동한 아름다움이 프랑스 칸에서도 아름답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칸 영화제 수상결과 발표는 26일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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