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죽음앞에서도 신비함 자체"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51분


독립운동가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의 최후 행적을 담은 신문 기사 3건이 공개됐다.

한일 근세사 연구가 최서면씨(74)가 천주교계 주간지인 평화신문을 통해 공개한 당시 기사들에 따르면 안 의사는 1910년 3월26일 중국 뤼순(旅順)의 일본 관동도독부에서 순국하기 직전 빌렘(당시 황해도 신천본당 주임) 신부와 3차례 만나 고백성사를 했으며 자신의 삶을 정리한 20여쪽 짜리 글을 남겼다.

이 신문 기사들은 안 의사의 통역을 담당했던 소노키 스에키씨가 생전에 보관하던 것으로 최씨는 최근 소노키씨의 딸로부터 이를 전달받았다. 일본어로 돼 있는 이 기사들은 당시 만주에서 발간되던 신문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느 신문 며칠자에 실렸던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빌렘 신부는 이 기사에서 “안 의사가 고백성사를 마친 뒤 ‘이제 아무 것도 참회할 것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용의주도했던 인물”이라며 “그는 고백성사를 통해 영아처럼 깨끗한 몸이 됐다”고 말했다. 빌렘 신부는 또 “안 의사가 순국 전날 두 동생과의 면회에서 자식들의 양육을 부탁하며 동양의 평화와 한국 독립을 위해 힘쓰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빌렘 신부는 10일 옥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성체를 받아 모시도록(영성체) 했으며, 안 의사는 영성체 후 한복을 차입해 달라고 빌렘 신부에게 요청했다.

이를 지켜본 통역관 소노키씨는 “고백 후 안중근은 평상시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신비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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