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지금까지 모아놓은 장서만해도 9000여권에 이를 정도로 ‘독서광’이다. 요즘도 의료활동 외에 일주일에 3∼6권 정도 독파할 정도로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역사서는 과거의 이야기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매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천하를 다스렸던 왕들이 어떤 병을 앓았는지를 알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현대 의사의 시선으로 조선왕들의 병과 사망 이유 등을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을 종합하면서 그는 예나 지금이나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였음을 알게 됐다. 조선의 왕은 어려서부터 까다로운 궁궐 법도에 얽매였고, 성인이 된 후에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사에 시달리느라 여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것.
“조선 임금들은 호의호식했지만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했고 과다한 성생활로 단명한 사례가 많았다. ‘조선판 마마보이’였던 명종은 어머니 문정황후의 엄격한 교육에 스트레스를 받아 주색잡기에 빠져 서른네살에 타계했다. 반면 영조는 타고난 건강 체질인데다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는 등 여든세 살까지 장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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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조선 왕들의 각양각색의 사연이 실려있다. 문종은 선왕인 세종이 좋아하는 앵두를 마련하려고 손수 열매를 심어 길렀고 복어를 직접 요리해 선왕이 눈물을 펑펑 흘렸을 정도로 효심이 깊었던 왕이었다.
효종의 경우 머리에 난 종기에 어의(왕의 전담 한의사)가 침은 놓아 고름을 짜냈지만 피가 멈추지 않아 의문사했다고 한다.
그는 1년 넘게 이 책 집필에 매달리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확한 고증을 위해 사학자들에게 자문하거나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 도서관 등을 찾아가 조선시대 자료들을 구했다. 두차례나 백내장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조선시대 왕의 건강상태를 글로 옮기는 작업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과거의 의술은 무엇이고 어떻게 병을 고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한의 뿐이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병에 따라 양의와 한의를 맞춰 치료가 가능하다. 이 책은 과거의 사례와 현대의학 상식을 추가해 독자들이 실생활에 도움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제된 생활과 꾸준한 여가 선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종교적 차원을 떠나서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과음 과식 과색 등이 병을 만든다. 긍정적인 사고와 규칙적인 운동이 작은 병을 이겨내고 큰 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그동안 투고했던 글들을 모은 수필집과 술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책을 준비 중인 강씨는 제주중, 제주공고 이사장으로 교육 사업에도 열성이다. 그는 “컴퓨터에 중독된 젊은이들이 책을 읽는 습관을 가져야 나라가 산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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