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행하는 이카루스' 비행 청소년역 최명주씨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33분


어른들은 “요즘 애들 문제 많다”고 비판한다. 그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어른의 잣대로만 바라보지 말라”고 항변한다. 예나 지금이나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벽’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서울 동대문 여해문화공간에서 공연 중인 ‘비행하는 이카루스’는 비행(非行) 청소년의 삐뚤어진 삶의 모습을 연기와 록 랩 등 노래로 풀어낸 뮤지컬.

이 작품의 배경은 기존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목졸라 죽이는 미혼모, 마약에 취해 젊음을 탕진하는 양아치 등이 등장한다.

최명주씨(23)도 그 중 한명. 그는 극중에서 인기 댄스그룹 ‘god’의 열혈팬이자 무늬만 모범생인 백혜미로 변하기 위해 뒷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했다. 그가 “오빠! 너무 멋있다”고 환호할 때면 god 팬으로 보이는 관객들도 덩달아 환호를 지른다.

“스타를 쫓는 혜미는 겉으로 문제가 없어보여도 실제로는 도벽(盜癖)이 있는 여학생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는 구석도 있어요. 10대 관객은 이 연극을 보면서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을 알게 되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나 할까요.”

그 역시 청소년때 가수 ‘토이’의 팬클럽 회원이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고 “바른 길만 가라”고 훈계하는 어른들에게 반항했다. 숙명여고 졸업 후 작가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뜻을 거스른 채 대학 대신 연기자를 선택했다.

그는 ‘첫사랑’ ‘버스 이야기’ 등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용돈을 벌었다.

결국 그의 부모도 ‘…이카루스’를 여섯 번이나 관람하며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최씨의 꿈은 ‘글 잘 쓰는 배우’가 되는 것. 연극에서 기본기를 닦은 뒤 러시아에 유학해 연기 실기와 이론을 공부할 계획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연극은 물론 영화배우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어요. 언젠가 제가 각본과 주연을 도맡은 작품을 기대해 주세요.”

6월2일까지. 평일 오후 6시, 토 공휴일 오후 3시 6시, 일 오후 3시(월 공연없음). 8000∼1만5000원. 대안학교나 청소년 보호시설 학생들은 무료. 02-2233-6906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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