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소재로 한 그림책 중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 주디스 바이어스트(Judith Viorst)의 1972년 작품 ‘Alexander and the Terrible, Horrible, No Good, Ve-ry bad day(알렉산더와 정말 정말 재수 꽝인 날)’이다. 시인이며 소설가이고, 학위를 갖고 있는 정신분석학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바이어스트는 자신의 세 아들 중 막내의 생활을 관찰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섬세하고 또 재미있게 표현했다. 아이들의 일상이 그림책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비교적 늦게 시작된 경향인데, 이 책은 그 출발점에 있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교사협회와 도서관연합회에서 선정한 100대 아동도서이며 토론수업시간에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주인공 알렉산더는 (전날 껌을 씹다가 그만 잠이 드는 바람에) 머리에 잔뜩 엉겨 붙은 껌을 떼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어나 세수하러 가다가 스케이트 보드에 걸려 넘어지고 스웨터까지 왕창 물에 젖는다. 아주 운 나쁜 하루가 될 것을 예감한 알렉산더는 “I think I’ll move to Australia”라고 말한다. 국내번역판에는 이 부분이 “나는 지구반대편 나라로 가고싶어”라고 번역돼 책 제목으로 쓰이고 있다. 호주는 미국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다. 끔찍한 일은 계속 이어진다. 음악시간에는 혼자 큰소리로 노래한다고 야단맞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친구는 알렉산더를 세 번째 친한 친구라고 뒷전으로 제쳐놓는다. 목욕할 때는 왜 그렇게 목욕물이 뜨거운지… . 게다가 구슬까지 하수도 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종일 힘든 일을 겪은 알렉산더는 “some days are like that(어쩌다 그런 날도 있다)”이라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잠이 든다.
바이어스트는 누구에게나 속상하고 운 나쁜 하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바로 그러한 애정과 이해의 마음이 부모와 자녀, 혹은 선생님과 학생이 이 책을 매개로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케네디센터의 홈페이지(http://kennedy-center.org/multimedia/storytimeonline/)에 가면 멀티미디어 도구인 리얼플레이를 이용해 삽화와 함께 녹음된 본문 내용을 들을 수 있다.-끝-
김유경 엄마들의 모임 고슴도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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