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한 스님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스님이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데 어디선가 ‘찍찍’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큰 스님은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귀를 기울였다. 돌밑에서 나는 소리같았다. 돌을 들춰보니 불쌍하게도 작은 생쥐 한 마리가 꽁꽁 얼어 웅크리고 있었다. 스님은 생쥐를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안아 주었다. 얼마후 생쥐는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생쥐는 스님과 함께 살게됐다. 낮에는 비단 양탄자 위에서 즐겁게 놀았고 밤에는 스님이 해주는 옛날 얘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어느날 스님은 생쥐가 시무룩해 있는 것을 보았다. 생쥐를 고민에 빠뜨린 것은 그 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였다. 생쥐는 고양이로 변하게 해달라고 스님에게 애원했고 스님은 마지못해 그 고민을 들어줬다. 그러나 고양이로 변한 생쥐는 방문을 나서자마자 큰 개와 마주치고는 다시 겁에 질려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이번에는 개가 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개로 변한 생쥐는 의기양양하게 마당으로 나섰다가 다시 호랑이를 마주치고는 스님 방으로 도망쳤다. 이번에는 호랑이가 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날 해가 질 무렵 호랑이 한 마리가 스님 방에서 나왔다. 호랑이로 변한 생쥐는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저녁밥을 먹으러 부엌으로 들어가는 고양이와 마주쳤다. 고양이는 호랑이를 보자 기겁을 해서 지붕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나 호랑이로 변한 생쥐는 고양이보다 더 겁에 질려 스님 방으로 달려와 양탄자 밑에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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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그런 생쥐를 보고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네가 갖고 있는 생쥐의 마음이다. 겉모습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네가 아무리 고양이로 변하고, 개로 변하고, 호랑이로 변해도 너는 언제나 고양이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너는 생쥐의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야.”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임을 가르쳐 주는 동화.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의 문제를 작은 생쥐의 짧은 일화를 통해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주색 가사와 장삼을 걸친 티베트 스님이 친근한 캐릭터로 등장해 동양의 지혜를 들려주는 보기 드문 동화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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