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컨설팅기업인 모니터그룹은 16일의 디너파티에서 이례적으로 자사의 리크루팅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톱 MBA출신들의 향후 진로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였다.
모니터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톱 MBA학교인 △펜실베이니어대 와튼스쿨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시카고대 △하버드대 △MIT 슬론스쿨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졸업생 등을 타깃으로 아시아 전체에서 모두 253명의 지원서를 받았다. 두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중 43명을 걸러냈고 다시 14명을 선발해 미국 보스턴 본사에서 3차 인터뷰를 가졌다. 최종 선발된 인원은 아시아에서 모두 6명으로 경쟁률은 42.3 대 1이었다. 이 중 한국인은 2명. 올 6월 위의 7개 MBA스쿨에서 졸업하는 한국인 학생만 8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MBA를 따고도 컨설팅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모니터그룹의 리크루팅 담당인 이준호 컨설턴트는 “MBA를 졸업한 국내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컨설팅 회사인데 뽑는 수가 워낙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해 국내에 진출해 있는 컨설팅기업 중 신규채용을 한 곳은 우리를 비롯해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등 3곳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MBA지원자들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채용은 크게 늘지않아 MBA출신의 수요와 공급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학원가 추산에 따르면 MBA의 필수시험인 GMAT를 준비하는 사람이 최근 1만명을 넘어섰다. 2002년 가을 학기 진학을 목표로 지원한 사람만 3000여명에 이르러 2001년 수험생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MBA 톱스쿨에 합격한 기쁨보다는 졸업 뒤의 진로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있는 경우 2년 동안 약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 가까이 들어간 교육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직장을 서둘러 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주위의 높은 기대치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다가 올 가을 학기에 와튼 스쿨에 입학하게 된 한 참가자는 “솔직히 ‘와튼스쿨을 나와서 이 정도 직장밖에 못 구했느냐’는 말을 듣게 될까봐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 위기 이후 무작정 해외 MBA출신들을 선호했던 국내 기업들도 MBA란 ‘명함’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실무 경력과 전문성 등을 꼼꼼이 살피는 등 ‘MBA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 취업의 문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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