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웨스턴대 합격 이정석씨
“마지막 한 달은 회사에서 자정에 들어와서 새벽 4시까지 에세이를 쓰고 검토하기를 반복했습니다.”
“MBA 지원하며 고3 때만큼 힘들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에 합격한 이정석씨(29)는 “그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MBA를 통해 구현하려는 자신의 인생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에세이를 쓰며 그는 하버드대 MBA출신의 외국인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외국인은 이씨에게 “쓰레기 수준”이라 혹평하며 “잠 자는 시간을 더 줄여서라도 에세이작성에 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씨는 그의 고언(苦言) 덕택에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에세이를 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견제가 없으면 혼자만의 논리에 빠져 자신의 에세이를 대단히 잘 쓴 글로 착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외국계기업인 P&G와 LG전자의 멀티미디어사업본부의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며 MBA진학의 꿈을 다졌다. 어렴풋한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그는 3년 전 열흘간 휴가를 내고 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MBA투어’를 떠났다. ‘실체를 모르고 환상을 좇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서부의 스탠퍼드와 UC버클리, 동부의 시카고 노스웨스턴 펜실베이니아 MIT 컬럼비아 등 유수의 경영대학원을 둘러봤다. 교무실에서 상담도 하고, 수업을 청강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투어를 마친 이씨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줄 게 없으면 받을 것도 없다’는 게 MBA교육방식이라고 하던데, 그때까지의 내 인생경험으로는 이곳에 줄 것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이씨는 그즈음 통신분야의 벤처기업인 프리즘의 마케팅팀장으로 가서 2년 반 동안 마케팅 실무를 경험했다. 지난 6개월간은 스터디그룹을 조성해 매주 일요일마다 GMAT을 공부했다. 점수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 영어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영어점수 1점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잣대는 아니었고, 평일에는 공부할 시간이 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쓸 때는 갈등도 많이 했지만 결과가 좋았다. ‘마케팅 컨설턴트’가 희망이라고 적으면 너무 진부해 보일 것 같아 고민했다. 그러나 시험관은 ‘좋은 에세이’라고 칭찬했다. 이씨는 “황당하고 창조적인 에세이를 써야 시험관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치기 어린 주장은 오히려 감점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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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 합격 고은영씨
“직장생활의 경력이 쌓여가며 뭔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MBA가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
다른 예비 MBA에 비해 고은영씨(28)의 꿈은 ‘소박한 편’이다.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업체로의 이직을 염두에 두고 고액연봉을 꿈꾸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급작스러운 도약보다는 ‘안정 속의 전진’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테크노경영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어학연수도 한번 해 보지 못했던 ‘토종’이었던 터라, 다양한 국제경험을 쌓는 데에는 MBA만 한 경력이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미국에서 인생경험을 넓혀 현재 다니고 있는 하나로통신에 복직해 해외사업분야나 ‘투자자 관리’분야를 담당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녀는 톱스쿨의 하나로 꼽히는 시카고대에도 장학금 제안을 받고 합격했지만 일부러 ‘톱10’이 아닌 퍼듀대를 선택했다. 약혼자가 퍼듀대에 조교로 있기도 했고, 물가가 싼 중부에 학교가 있기 때문에 체재비가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도 결정을 도왔다.
하나로통신에 다니면서 6개월정도 GMAT시험과 에세이를 준비했던 고씨는 ‘새벽공부’로 승부를 걸었다. 매일 출근시간보다 빠르게 회사에 나와 오전 6시부터 3시간씩 공부를 하고, 에세이를 작성했다. 당시 만큼은 5시간 자면 성공이고, 8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MBA준비를 하면서 가끔씩 ‘이렇게 힘들게 준비해야 하나’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중에 그만큼은 벌겠지’하는 생각 대신 ‘미래를 위한 경험축적’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동기부여를 했다.
고씨는 자신의 MBA합격의 주된 이유를 에세이 작성에 있어서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꼽는다. 길게 쓴 것도 아니었고 장황한 포부를 밝힌 것도 아니었다. 복직 후 회사에서 해외사업분야를 맡으려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세계인들과의 교류가 필요하고, 그것을 채우는 데 MBA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포커스를 맞춰 서술했다. 고씨는 “적당히 포장된 회사경력을 나열하고, 나중에 ‘미국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마무리짓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시험관과의 인터뷰(면접)도 합격에 한몫을 했다. 미국의 면접관들이 한국으로 와 인터뷰를 열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동문들이 시험을 보기도 하지만, 고씨는 직접 미국에 가서 인터뷰를 했다. 적극성과 열정을 높이 사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고, 그것은 적중했다.
▼톱 MBA 합격생들의 '평균'…GMAT 710점, 나이 29~3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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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MBA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배경을 갖고 있을까. 모니터그룹의 파티에 참석한 예비MBA 35명 중 설문조사에 응한 28명을 대상으로 분석해 봤다. 이들이 진학할 예정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IT 슬론스쿨, 시카고대, 미시간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컬럼비아대 등은 미국의 비즈니스위크나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에서 해마다 집계하는 ‘톱10비즈니스 스쿨’에 드는 학교들이다.
모니터그룹 파티에 참석한 합격생들의 평균 토플점수는 274점(300점 만점), GMAT는 710점(800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영어성적은 최상위권이었으나 응답자 대부분이 국내에 기반을 두고 영어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영어권 나라에 거주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23명이었으나 대학시절의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으로 6개월∼1년을 체류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3년 이상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해외파’들은 6명이었다. 해외 거주경험이 전혀 없는 합격생도 5명이었다.
남자들의 평균연령은 30.5세였으며 여성들은 29.3세로 나타났다. 평균 직장경력은 5년 3개월이며 짧게는 3년, 길게는 8년까지 있었다. 이들의 직장은 컨설팅사 회계법인 은행 벤처기업 제조업체 등에 고르게 분포돼 있었으며 언론사 광고회사 중앙행정부처 등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MBA졸업 후에는 대부분이 컨설팅사의 시니어 컨설턴트로 근무하길 희망했으며 투자은행, 부동산기업, 엔터테인먼트사 등에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MBA에 진학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28명 중 23명이 ‘에세이 작성’이라고 답했다. MBA 진학여부는 일반적으로 학부성적과 영어시험성적, 직장경력, 에세이의 완성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에세이에는 왜 MBA에 진학하려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력관리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하고 있느냐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예비 MBA 학생들은 “어차피 영어시험 성적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변별력이 크지 않지만, 에세이에서는 종합적인 적성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MBA진학에 따른 비용은 ‘전 직장에서 후원’받는 사람 2명, ‘부모님의 전액지원’으로 답한 1명을 제외하고는 25명이 ‘어느 정도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졸업 후 희망연봉’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한 17명 중 1명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1억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MBA진학자들이 밝힌 지원상황과 향후 계획▼
A | B | C | D | E | F | G | |
성별,나이 | 남 72년생 | 여 75년생 | 남 74년생 | 남 72년생 | 남 72년생 | 남 69년생 | 남 72년생 |
토플점수 | 290 | 283 | 270 | 270 | 273 | 273 | 270 |
GMAT점수 | 710 | 730 | 720 | 720 | 660 | 690 | 730 |
해외거주 경험 | 초등학교 3년간 싱가포르 거주 | 없음 | 미국에서 1년 생활 | 미국대학 교환학생 1년 | 미국대학 교환학생 6개월 | 없음 | 해외근무 3년 |
직장경력 | 5년 6개월 | 4년 6개월 | 4년 | 3년 8개월 | 5년 | 8년 | 4년 5개월 |
전 근무지 | LG화학 | 아서 D. 리틀 | 오리콤 | 한국휴렛팩커드 | 두루넷 | 드림데이타 | 제조업체 |
출신고교 | 여의도고 | 대원외고 | 중동고 | 상문고 | 현대고 | 동인고 | 경기고 |
출신대학 | 서울대 | 고려대 | 서강대 | 연세대 | 연세대 | 서울대 | 고려대 |
입학 허가교 | 노스웨스턴대 | 펜실베이니아대 | 컬럼비아대 | 시카고대 | 미시간대 | MIT | 펜실베이니아대 |
진학 이유 | 전략경영 부문이 강함 | 재무부문이 강함 | 뉴욕이 갖는 장점 | 재무부문에 강함 | 경력관리에 적합 | 테크놀로지에 강하다 | 커리큘럼이 좋다 |
진학 준비기간 | 9개월 | 2개월 | 9개월 | 7개월 | 3개월 | 6개월 | 6개월 |
가장 힘들었던 순간 | 목표를 구체화하는 작업 | 업무와 학업 병행 | 업무와 학업 병행 | 에세이 준비 | 에세이 준비 | 업무와 학업 병행 | 에세이 준비 |
지원 패키지 중 합격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항목 | 에세이 작성 | 경력관리 | 에세이 작성 | 에세이 작성/ 인터뷰 | 에세이 작성 | 직장경력 | 에세이 작성 |
등록금 및 체재비용 조달계획 | 자비+대출 | 회사 지원 | 자비 | 자비+대출 | 대출 | 대출 | 부모님지원 +대출 |
MBA졸업 후 계획 | 컨설턴트로 전직 | 복직 혹은 투자은행으로 전직 | 컨설팅,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전직 | 컨설턴트로 전직 | 컨설턴트로 전직 | 전직 희망 | 은행, 컨설팅 기업으로 전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