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동시에 출간된 서울의 맛집 탐험기 ‘나는 서울이 맛있다(영문판 제목 ‘Seoul Food Finder’·쿠켄)’의 공동저자 영국인 앤드루 사먼(36)과 한국인 강지영씨(35) 부부는 태어난 곳만 빼고는 공통 분모가 많다.
‘나는 서울이 맛있다’는 사먼씨 부부가 변두리 뒷골목 분식집에서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서울과 수도권 일대 140여개의 식당, 클럽, 바 등 요식업체를 직접 발로 뛰어 맛 분위기 위치 서비스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쓴 ‘맛의 보고서’. 영문학도 출신인 사먼씨의 글솜씨와 요리 전문가 강씨의 전문 지식을 합쳐 놓은 것이기도 하다. 현재 사먼씨는 다국적 홍보회사 ‘메리트-버슨 마스텔러’의 과장이며 강씨는 런던의 리스 음식 와인학교를 졸업한 뒤 요리 전문가 겸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97년부터 국내 영자신문과 요리 전문지 등에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말장난의 귀재’라는 사먼씨의 손끝에서는 영화제목이나 관용구를 패러디한 ‘Calm of the morning clam’(우리나라를 일컫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어구에서 마지막 단어 ‘calm(고요)’을 ‘clam(대합조개)’으로 바꾼 것)이나 ‘Jurassic Pork(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park(공원)’을 ‘pork(돼지고기)’로 바꾼 것) 등 재미있는 제목이 탄생했다.
부부가 치열한 토론 끝에 맛, 분위기, 가격대비 만족도를 5점 만점의 척도로 평가해 놓은 것이나 해당 식당을 찾을 때 분위기에 맞출 수 있는 적절한 옷차림, 종업원들의 서비스 방법까지 세심하게 풀어놓은 자세함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복분자주가 ‘요강을 날릴 정도’의 위력을 정말로 발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변을 참았다가 ‘터뜨려’ 보았으나 변기는 꿈쩍도 안 했다는 얘기 등 음식에 얽힌 속설을 파헤친 재미있는 에피소드까지 곁들였다.
부부가 꼽는 한국 음식문화의 베스트는 갈비집.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외신 기자 홍보담당을 맡기도 한 사먼씨는 “스위스의 ‘퐁듀’처럼 여럿이 함께 갈비를 테이블 위에서 조리하는 과정을 즐길 만한 외국인이 참 많다”고 말했다.
“좋은 영국 음식점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이들은 “제대로 된 영국음식을 하는 집이 없지만 그나마 서울 이태원의 ‘메모리스’가 좋다”고 답했다. 맥줏집으로는 중구 태평로 파이낸스센터의 아이리시 펍 ‘벅 멀리건스’를 추천했다.
이들에게 ‘직업병’은 없을까?
“네살밖에 안 된 외동딸 하나(4)가 피자 반 판을 먹어치울 정도로 대식가예요. 와인잔을 보면 꼭 눈을 지그시 감고 음미하려 들죠.”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