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자문화지도협의회 "각국 문화DB망 하나의 틀로 잇자"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11분


세계 각 지역에서 전산화되고 있는 문화자료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자료 전산화의 세계적 표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논의하기 위한 ‘ECAI(세계전자문화지도협의회) 서울대회’가 서울대 철학연구소 주최로 21∼25일 서울대 박물관과 호암관에서 열리고 있다. 21일 호암관에서 이 대회에 참석차 내한한 ECAI의 초대 회장 루이스 랭카스터 교수(미국 U C 버클리대)와 국가문화유산 종합정보 시스템을 만들어 온 김상현 ‘현대정보기술’ 시스템통합2사업본부장의 대담을 마련해 문화정보 표준화의 의미와 전망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는 ‘ECAI 서울대회’의 대회장인 심재룡 서울대 교수(철학)가 맡았다.

심재룡 교수〓먼저 ECAI에서 추진하는 문화자료 전산화의 세계적 표준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루이스 랭카스터 교수〓ECAI는 본래 불교 고문서들을 전자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EBTI(전자불교문헌협의회)에서 비롯됐습니다. 문헌들을 정리하다 보니 글자만이 아니라 각종 이미지, 불상, 지도 등의 자료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결국은 박물관에 있는 모든 문화자료로 그 범위가 넓혀졌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한 이 자료들을 어떻게 함께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모든 정보가 일정한 위도와 경도에 따라 분류되면 이 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정리하고 찾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서울이라는 지명은 역사 속에서 많은 굴곡을 거치며 변해 오면서 다양한 정보와 연관되는데, 일정한 위도와 경도에 따라 정보를 정리하면 정해진 지점에서 서울과 관련된 정보를 쉽게 찾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삼차원 다면체의 지도로 만든다면 더 복잡하고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습니다.

심〓현재 문화자료 전산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김광현 본부장〓저희는 2000년 3∼12월, 2001년 6∼12월 총 2차에 걸쳐 문화관광부가 발주한 국가문화유산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현재 조사된 국내 박물관 224개 중 40개 박물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완료했는데, 그것만해도 문화재와 유물 자료 14만5000건, 2D와 3D 데이터 21만여 건이 됩니다. 앞으로 나머지 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정보화 DB 구축사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 그러면 정말 엄청난 데이터가 구축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국가단위에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지만, 다른 나라는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독립적으로 이를 추진합니다.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세계적 차원의 유물분류 표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심〓실제로 문화자료를 전산화해 온 입장에서 이런 세계적 표준을 만드는 데 기술적 어려움은 없습니까?

김〓저희가 개발한 유물정보시스템은 기존의 국립박물관 유물분류표준화(96년 국립중앙박물관 분류 작업)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유물분류표준화는 전국 모든 박물관이 수용할 수 있는 유물분류체계를 정립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고 경험도 축적돼 있기 때문에 세계적 표준 마련에서도 저희가 주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랭카스터〓ECAI에서도 METS(박물관 전자교환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은 곧 대영박물관, 미국의회도서관, 리서치 라이브러리 그룹 등에서 표준으로 채택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것도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산화되는 상황에서 서로의 접점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지 않은 기본 자료(raw data)를 잘 축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어떤 문화도 고립돼서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해외 문화권과의 데이터베이스 호환은 더욱더 필요하겠군요.

김〓물론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긴 해야겠지만 처음부터 무리해서 하나의 기준을 요구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각 국가나 지역에서 나름대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그것을 소통시키는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우선 우리나라와 문화유산이 비슷한 아시아 국가들부터 국가별 유물분류체계를 통일시킬 수 있도록 그동안 쌓은 저희의 노하우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세계 표준의 분류체계 마련을 위해 각 국의 관련 기관 및 ECAI와의 협력체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갈 것입니다.

랭카스터〓이 표준화는 누가 하든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인문학자들만 할 수도 없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협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ECAI는 1996년 버클리 대회부터 매년 세계 곳곳에서 회의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 작업은 지역별, 국가별, 그리고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며 많은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이뤄야 할 일입니다. 지금은 데이터만 모아 놓고 있는 수준이지만, 일단 이것이 축적돼서 세계적으로 함께 활용 가능하게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정리〓김형찬 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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