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일 주교)는 23일 각 교구별로 제출받은 신유박해 200주년 기념 시복시성 추진 심사 대상자 222명 가운데 126명을 선정했다.
시복시성은 교회 차원에서 신자의 신앙 생활을 평가하는 것으로 복자(福者)와 최고 반열인 성인(聖人)의 단계가 있다. 특히 성인으로 인정되면 김대건 신부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본명과 세례명이 결합된 ‘김대건 안드레아’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특위는 이번에 순교자 124명과 최양업 신부 등 순교자는 아니지만 독실한 신앙생활을한 ‘증거자’ 2명 등 모두 126명을 대상자로 선정해 곧 로마 교황청 시성성(諡聖省)에 청원을 제출하기로 했다.
교구별 시복시성 추진 순교자는 서울대교구 및 통합추진회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대교구가 20명, 청주와 전주 교구가 13명, 수원교구가 10명 등이었다.
지금까지 신유박해 순교자들은 기해, 병오, 병인박해 등 다른 3대 박해 순교자들과 달리 성인 칭호를 받지 못했다.
이들 대상자에는 국내 두번째 신부인 최양업, 최초의 여성회장 강완숙, 최초로 천주교의 진리를 증거한 김범우 등이 포함됐다. 반면 정약용(요한)은 증거자 선정에서 보류됐다.
이번 시복시성 작업은 프랑스 선교사들의 주도로 이뤄졌던 103위 시성(1984년) 때와 달리 한국 교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주교회의 시복시성 청원인인 류한영 신부는 “올 9, 10월 중 모든 대상자의 약전(간략한 전기)을 교황청 시성성에 보내면 순교 사실의 객관적 증명을 위한 재판이 한국 교회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