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월드컵 관전 건강학]고혈압 당뇨환자 조심…술 삼가야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39분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펼칠 ‘감동의 드라마’가 사실상 ‘온종일’ TV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지난 프랑스 월드컵과는 달리 시차(時差)가 없어 중계방송을 보느라 가슴 졸이며 밤새는 일은 적겠지만 생방송과 재방송, 하이라이트로 이어지는 특집 방송에 ‘중독’되면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특히 경기 관람 중 지나친 흥분은 ‘몸의 순리’를 망가뜨린다. 축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돌연사했다는 것이 월드컵의 단골 뉴스가 된 지 오래다. 또 월드컵이 끝난 뒤 불면증을 호소하며 수면클리닉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떻게 몸의 순리를 지키면서 감동의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까.

▽흥분을 조절하라〓경기 관람 중에는 흥분 상태가 지속된다. 지나친 흥분은 몸의 자율신경계를 교란한다. 자율신경계는 인체의 흥분과 관련된 교감신경계, 이완과 관련된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두 신경계는 서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밀고 당기는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계가 적절히 움직이면 몸의 ‘엔진 효율’이 극대화돼 심장 기능이 좋아지고 근력이 강화된다. 그러나 과도하게 작용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핏덩이가 생길 수 있으며 심장에 무리가 가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네덜란드 유트레트의대 임상역학과 디더릭 그로비 교수팀은 “96년 유럽축구챔피언십 대회에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 사망자를 조사한 결과 심혈관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평소보다 50% 증가해 14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영국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에서 경기장마다 심장 전문의를 배치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흥분의 위험’이 있기 때문.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지병이 있는 사람은 흥분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올빼미 시청 증후군〓생중계를 봤더라도 재방송이나 하이라이트 등을 통해 감동을 되씹고 싶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밤중까지 이어지는 TV 시청은 불면증을 부른다. 오랜 시간의 TV 시청은 정상적인 수면 리듬을 깨뜨린다. 또 잠들기 위해 평온 상태로 돌아오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흥분은 이 과정을 방해한다. 결국 불면증이 생기고 ‘잠 빚’이 늘어나 다음날 주간 졸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이틀 정도 이같은 증세를 느끼더라도 자신의 수면 리듬을 되찾는다. 그러나 평소 예민한 사람이나 수면 무호흡증과 불면증, 야경증 등 수면장애를 가진 사람은 월드컵 기간 중 ‘수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밤샘 TV 시청은 자제해야 한다.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위험한 환경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낮 졸림증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조절도 중요〓스포츠 경기를 볼 때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술 담배 카페인음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장을 지치게 하고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술은 수면을 유발하는 ‘약(藥)’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약의 효과’만큼 ‘독의 반동성’도 커서 깊은 잠에 들기 어렵다.

또 더운 날씨 때문에 수박 등 수분이 많은 과일을 찾기 마련이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이뇨 작용이 촉진돼 수면을 더욱 방해한다.

▽피로 줄이는 방법〓TV 시청은 소파나 의자에 허리를 밀착시키고 윗몸에 힘을 뺀 편안한 상태에서 보는 것이 바람직하고 적어도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2m 이상 거리를 두고 TV를 시청해야 한다. TV는 눈높이보다 약간 낮은 위치에 두고 30분 정도 TV를 본 뒤 5분 정도 안구운동을 하면 눈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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