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유럽을 대표한 ‘땡땡의 모험’
내용과 형식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책을 만나면 좋은 친구를 만난 듯 감격스러워진다. 좋은 종이질, 미려한 인쇄에 아름다운 편집 디자인은 내용의 충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지난 어린이날 첫 시리즈로 출판된 ‘땡땡의 모험’(검은 섬, 유니콘 호의 비밀, 라캄의 보물)을 만난 첫 번째 소감은 좋은 책을 만난 뿌듯함이었다.
1929년 어린이 잡지 ‘르 프띠 벵티엠’에서 연재를 시작한 뒤, 1930년 ‘소비에트에서의 땡땡’을 시작으로 총 24권으로 출간된 ‘땡땡의 모험’은 세계 50개 언어로 번역되어 60개국에서 출판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는 80년대 중반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소개됐고 1991년 MBC에서 주4회 편성으로 21편의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도 했다. 유럽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럽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의 하나로 꾸준히 소개되기도 했지만 90년대 중반 번역 출판된 원작만화는 초판을 끝으로 절판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아스테릭스’가 전통적인 만화 독자가 아닌 세련된 그림책을 보고 자란 새로운 만화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자 ‘땡땡의 모험’의 출판도 구체화됐다.
‘땡땡의 모험’은 순진한 어린 아이이며, 극한의 위기를 극복하는 탁월한 모험가인 땡땡의 여러 모험을 소개한 만화다. 23권의 만화를 통해 땡땡은 소련과 중국, 우주와 해저를 넘나들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유럽과 아시아, 근대와 전근대, 백인과 유색인을 나누지 않는다. ‘티베트에 간 땡땡’은 중국인 친구 창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적어도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왜곡은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 하는 유럽인 특유의 보편적 사고 방식을 읽을 수 있다.
‘땡땡의 모험’은 모험을 통한 인류사와 문화사의 교과서다. 실제로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로도 사용될 정도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모험’을 강조한 만화다. 1권 ‘검은 섬’은 위폐범과 비밀의 섬에 얽힌 이야기며, 2권 ‘유니콘 호의 비밀’과 3권 ‘라캄의 보물’은 각각 연속되는 에피소드로 프랑수아 기사와 해적 라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 칸마다 연속되는 풍부한 그래픽과 에르제식 작화, 땡땡식 작화라 불리는 미려하고 깔끔한 외곽선에 친숙한 캐릭터는 풍부한 컬러의 매력과 함께 독자를 사로잡는다. 반가워, 땡땡! 다음 모험도 기대할게!
만화평론가·청강문화산업대 교수 enteran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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