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오스트리아 브루크너하우스 예술감독 볼프강 빙클러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02분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인 린츠.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쓴 교향곡 36번 ‘린츠(Linz)’ 때문에 친숙한 이름이지만 70년대 중반까지 철강과 화학의 무채색 공업도시로만 인식됐을 뿐, 빈에서 출발한 여행자들은 이곳을 거쳐 잘츠부르크로 직행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곳 출신의 교향곡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 (1824∼1896)을 기념하기 위해 1974년 건립된 ‘브루크너하우스 린츠’는 이 도시의 문화적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매년 9월 열리는 ‘브루크너 축제’를 비롯, 수많은 관현악 실내악 콘서트 뿐 아니라 이 도시의 두 다리(橋)를 음향과 빛으로 연결하는 한여름의 ‘클랑볼케(Klangwolke·소리구름)’ 행사 등이 수많은 관광객과 음악애호가를 빈-잘츠부르크 연결기차로부터 끌어내리고 있다.

브루크너하우스 예술감독인 볼프강 빙클러씨를 만나 브루크너하우스의 위상과 과제 등을 들어보았다.》

-세계적인 작곡가 브루크너의 이름을 기리는 음악회장이 작곡가의 사후 80년이 가까워서야 건립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큰 규모의 연주회장과 부대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1920년대부터 논의되어 왔습니다. 다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계획이 거듭 연기됐고, 1962년에서야 지방정부의 주도로 건립이 구체화된 것이죠. 개관 프로그램은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지휘하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었습니다.”

부르크너하우스 외관. 사진=유윤종 기자

-이 연주회장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습니까.

“1420석의 대극장과 352석의 중극장, 100석의 소극장을 비롯해 도나우(다뉴브) 강변의 야외공간과 도시 공원 곳곳까지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1년 내내 펼쳐지고 있죠. 5, 6월 시즌동안 실내공간에서 열리는 자체기획 콘서트만 11개입니다. 실험적 현대음악 공연 시리즈와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인 ‘어린이 브루크너하우스’ 프로그램에도 시민들의 호응이 큽니다.”

-브루크너하우스는 브루크너로 대표되는 ‘전통’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실험’ 사이에서 섬세하게 위상을 조율하고 있는 듯합니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통영 국제음악제’도 ‘대음악가 윤이상’을 어느정도나 내세울지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자면, 특정 공간이나 축제를 한 작곡가의 이념에 국한시킬 경우 프로그램 구성부터 지원 획득 등에 곤란을 겪게 됩니다. 브루크너는 대작곡가지만 모차르트급은 아니고, 린츠 역시 모차르트 고향인 잘츠부르크의 음악축제와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브루크너하우스의 예산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국가 지원은 없고, 3분의 1은 오버외스터라이히주(州), 3분의 1은 린츠시에서 지원됩니다. 나머지 3분의 1을 매표수익과 민간기업 협찬으로 조달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빙클러씨는 방송사 PD를 거쳐 오스트라아를 대표하는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사무국에서 근무한 뒤 여러 주의 지방정부를 순환근무하며 음악축제 기획을 맡아온 ‘예술기획통’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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