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 선원사(禪源寺·사적 259호)는 29일 가로와 세로 각 97.5㎝ 크기인 정사각형 만다라가 완성됨에 따라 이날 불교신자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02 월드컵 성공 기원 법회’를 열었다.
네팔 스님 10명이 고국에서 갖고 온 초록 빨강 파랑 등 색색의 돌가루를 손으로 뿌려가며 3일 동안 정성껏 만든 이 만다라는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라는 뜻을 지닌 범어(梵語) ‘칼라 차크라’(Kala cakra) 만다라의 한가지.
우주를 구성하는 흙 물 불 등 6가지 원소를 의미하는 6겹의 원 및 성스러운 말씀과 마음 등을 표현한 5층탑 등 여러 문양을 정교히 배합한 이 그림의 사각 모서리에는 태극기와 일장기 문양을 넣고 영문으로 월드컵, FIFA 등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인솔자인 라마 왕다 스님은 “이 만다라에는 중생들이 고통 없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지구인 축제인 월드컵 축구대회를 통해 세계가 평화롭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작업에 참가한 스님들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하루 동안 자동차로 달린 뒤 3일 동안 걸어가야만 다다를 수 있는 히말라야 랑탕계곡의 해발 4600m에 있는 ‘붓다 다르마’라는 사찰에서 수도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네팔에 자주 다니는 울산시 울주군 용암사 주지 법광(法光) 스님의 소개로 선원사를 찾게 됐다. 네팔과 티베트에서는 아름다운 돌가루로 만다라를 완성하면 곧바로 간단한 불교의식을 치른 뒤 손으로 흐트러뜨려서 강물에 띄워 보낸다는 것. ‘생겨난 것은 반드시 없어진다는 진실과 아름다움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으로 달라이 라마도 매년 세계 유명 도시를 돌며 이 같은 의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선원사는 ‘희귀 작품’인 이 만다라를 ‘분해’시키지 않고 대웅전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강화〓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선원사는 어떤 곳?▼
월드컵대회 기간 중 인천에서 사찰로는 유일하게 ‘국제 홈스테이’ 장소로 지정된 선원사의 주지 성원(誠願) 스님은 “아름다움에 집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네팔 스님들의 정성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만다라를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원사는 고려시대에 송광사와 더불어 2대 사찰로 꼽혔고 강화도에서 39년간 대몽 항쟁을 벌이는 동안 팔만대장경이 판각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