氷-얼음 빙 炭-숯 탄 喩-깨우칠 유
諧-화할 해 諫-간할 간 讒-간악할 참
흔히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사이를 두고 ‘물과 기름’의 관계에 比喩(비유)하곤 한다. 氷炭不容 역시 그런 관계를 뜻한다. 얼음은 불을 만나면 녹아 없어지고 불은 얼음을 만나면 꺼지기 때문이다.
漢武帝(한무제) 때의 名臣 東方朔(동방삭)은 참으로 괴짜였다. 책을 좋아해 읽지 않은 책이 없었으므로 博學多識(박학다식)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다 재치와 諧謔(해학)이 넘치고 辯舌(변설)에 뛰어나 그가 한 번 입을 열면 막히는 법이 없고 靑山流水(청산유수)같은 達辯(달변)은 뭇 사람들의 넋을 빼놓기에 족했다. 武帝가 총애했음은 물론이다.
항상 武帝를 측근에서 모시고 있었으므로 武帝는 자주 그를 불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청해 듣곤 했다. 그래서 가끔 御前(어전)에서 음식을 하사 받으면 먹다 남은 음식은 남김없이 싸 가지고 가는 바람에 그의 옷은 늘 더러워져 있었다. 보다 못한 武帝가 비단을 하사하면 이번에는 어깨에 매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귀가했다. 물론 장안의 술집에 잡혀 다 써버리거나 美女를 아내로 삼아 1년도 못 가서 바꿔치우기 일쑤였다. 그래서 다들 그를 반미치광이로 여겼지만 그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나는 세상을 피해 조정안에 은둔해 있는 거요. 옛 사람들은 깊은 산중으로 숨었지만…”
비록 남의 눈에는 방탕하고 방자하기까지 보였지만 東方朔은 내심 번뜩이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곧잘 武帝에게 直諫(직간)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죽을 때에 武帝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활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을 멀리 하시고 讒訴(참소)하는 말을 물리치소서.”
사실 그는 조정에서 교활한 자들을 은근히 비웃었으며 그들과는 일체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혹 武帝가 잘못하면 은근히 일깨움으로써 바로 잡기에 노력했다. 그의 이런 성격은 不義와 타협하지 않고 충절을 지키다 끝내 罷職(파직)과 귀양으로 불운하게 일생을 보냈던 屈原(굴원)과도 흡사하다. 그가 屈原을 흠모한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가 쓴 七諫(칠간)이라는 楚辭(초사)는 屈原에 대한 흠모의 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 중 自悲(자비)편에 이런 말이 보인다.
“氷炭不可以相竝”(빙탄불가이상병-얼음과 숯불은 함께 할 수 없다)
阿諂(아첨)과 讒言(참언)을 일삼는 간신들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이다. 마치 옛날 屈原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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