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곳곳에서는 '페이스 페인팅'으로 얼굴에 중국기를 그린 사람들이 중국팀 유니폼과 같은 하얀색 티셔츠와 중국 깃발을 나눠주고 있었다. 또 미리 준비한 붓과 먹으로 중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휘호를 쓰는 사람에서 빨간색 가발을 쓰고 '중국'을 연호하는 사람, 대형 중국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경기장 주변을 행진하는 사람, 트럼펫으로 중국 국가를 연주하는 사람까지…. 심지어 중국에서 탄압받고 있는 종교인 파룬궁 신도까지 경기장 곳곳에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입장한 중국인은 전체 입장 관객의 4분의 1 수준인 대략 1만여명. 광주 월드컵 경기장은 중국팀의 홈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붉은빛 일색이었으며 경기장에 내걸린 중국팀을 응원하는 현수막만 해도 50여개에 이를 정도였다. 반면 한국인 서포터즈를 합해 1000여명에 불과했던 코스타리카 응원단은 응원 하나만 놓고 보면 중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중에서도 중국 응원단 '추미(球迷)'의 응원은 단연 이날 경기의 압권. 우리의 '붉은 악마'격인 추미는 붉은 악마와 같은 일사분란한 조직적인 응원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열정적인 응원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응원을 이끄는 리더들은 경기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메가폰을 어깨에 두른 채 박수와 함성을 유도했으며 일부는 트럼펫과 북을 두드리며 한껏 흥을 돋궜다.
특히 추미 응원단을 이끈 한국인 조수진(趙守鎭·28)씨는 빨간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경기장 왼편 1층 스탠드 하단에 자리를 잡고 다른 치어리더 7∼8명과 함께 추미의 열띤 응원을 이끌었다. 중국인들은 조씨의 몸동작에 맞춰 함께 몸을 흔들거나 '쭝궈 자요우!(中國 加油·중국 파이팅), 쭝궈 진치우(中國 進球)'를 연호하며 경기 내내 자리에 서서 중국팀을 응원했다.
이날 중국팀의 응원을 지켜본 회사원 김영민(金英敏·36)씨는 "중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응원단의 열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특히 한국인 조수진씨가 중국 응원단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광주=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