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궁중음악 1550년만의 재회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00분


5월 한일 궁중음악 교류연주회에서 선보였던한국의 가인전목(위쪽)과 일본의 코마보코.
5월 한일 궁중음악 교류연주회에서 선보였던
한국의 가인전목(위쪽)과 일본의 코마보코.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후끈 달아 올랐다. 한국과 일본이 2002 월드컵을 공동 주최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올해는 ‘한·일 국민교류의 해’로도 지정이 되었다. 이에 국립국악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년여전부터 ‘한·일 궁중음악 교류연주회’를 일본과 공동 개최키로 합의, 이를 준비해왔고 5월8∼9일 일본의 도쿄, 12∼13일 오사카, 23∼24일 한국 서울과 27∼28일 부산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교류연주회는 5세기 중반 신라가 처음으로 일본에 악사를 파견한 이래 약 1550년만의 조우로, 한반도에서 건너간 음악이 일본 궁중음악의 한 갈래로 정착한 고마가쿠(高麗樂)에 속하는 2곡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양국의 궁중음악을 이틀간 각각 다른 곡으로 구성하여 한국이 10곡, 일본이 9곡을 연주했다. 양국 궁중음악을 대표하는 기악, 무용, 성악곡이 다양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일본 내에서도 일반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던 음악들을 한자리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는 더없이 귀한 자리였다.

양국의 궁중음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희노애락을 절제한 품위있는 순수예술이다. 한국의 궁중음악은 장엄하면서도 유연함이 있는 반면, 일본의 궁중음악은 시종일관 규칙적인 박자에 엄숙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시작은 강하게 종지부는 약하게 끝내는데 비해, 일본은 살며시 시작해서 살며시 끝내는 특징이 있다. 우리 음악이 3박으로 이루어진데 비해 일본 음악은 2박계통으로 되어있었다. 한반도에서 유입되어 이루어진 고마가쿠 2곡도 한국적인 요소를 전혀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일본화되어 있었다. 이렇게 양국의 궁중음악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바로 양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번 공연기간 중 양국 지도층을 비롯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여준 성원은 앞으로 전통음악의 보존과 진흥에 있어 큰 수확으로 남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전 공연이 유료로 전석 매진사례를 이루었던 것에 비해 우리측 공연은 같은 기간내에 외국서 들여온 유명 오페라단 공연이 값비싼 티켓부터 팔려나가는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예매율이 높지 못했다.

또한 애초 부산 공연은 관객동원을 염려하여 전석초청으로 운영했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 국민의 심한 문화편식을 실감케 했고, 앞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 전통음악을 국민 곁에 좀 더 가까이 두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윤미용 국립국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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