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의 월 평균 지출비용은 500만원가량이었다. 당시에는 주로 입장권 대행판매 수입을 운영경비로 충당했다. 통상 축구협회는 축구골대 뒤쪽 3000석 정도의 티켓을 50% 가격에 붉은 악마에 배정했다. 붉은 악마 집행부는 2만원짜리를 1만원에 협회로부터 받으면 회비조로 30%를 얹어 1만3000원에 회원들에게 판매했다. 1999∼2000년의 경우 빅이벤트가 없어 총 1000장 정도를 팔아 수익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방에서 열리는 A매치 등 큰 경기에 참석할 때 버스 대여비를 일부 지원해야 하고 깃발과 플래카드 등 응원도구 제작비도 개당 30만∼50만원이 들어 1000명 이상이 움직이면 자금이 빠듯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예선 때 1만명이었던 회원과 조직이 월드컵이 끝나면서 산산조각났다. 한일월드컵을 1년여 남기고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돈이었다.”(고용국 전 붉은 악마 대외협력국장·토피안국장)
결국 3대 집행부는 마케팅대행사인 토피안과 계약해 지난해 3월부터 대기업 스폰서 유치에 나섰다. 축구 응원 인구를 늘리려는 ‘Be the Reds’ 캠페인 비용 조달이 목적이었다.
대기업 협찬 1호는 외환카드였다. 3억원을 지원해 ‘Be the Reds’ 티셔츠를 만들어 붉은 악마와 함께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이어 현대자동차 3억원, 동양제과가 1억원씩 후원금을 냈다. 그리고 SK텔레콤과 붉은 악마는 지난해 6월 붉은 악마 이미지를 SKT 광고에 활용하고 ’Be the Reds’ 공동마케팅을 펼치는 조건으로 SKT가 현금 3억원을 내고 ’Be the Reds’ 캠페인 때마다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국 국장은 ”10억원을 4개사로부터 받았는데 4억원은 티셔츠 제작비용이었다. 실제 현금으로 받기로 한 것은 6억원인데 이 중 2억원은 어음으로 받았거나 나눠서 주기로 해 아직 손에 현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붉은악마 대기업 협찬 및 지출내역▼
대기업 스폰서 (2001년3월 이후) | 지원 유형 | 현금지원금 지출내역 |
SKT:현금 3억원+ 이벤트 행사비용 지원 현대자동차:3억원 외환카드:3억원 동양제과:1억원 | 현금 직접지원:6억원 티셔츠 제작지원:4억원 SKT의 행사지원금:약 10억원 | 홈페이지 구축:6000만원 월드컵 CD제작:1억4500만원 사무실 운용비:월 300만∼400만원(2001년), 월 450만∼600만원(2002년) 응원지원비용:경기당 1000만원 안팎 7월말 예상되는 현금 잔고:2억5000만원 (협찬금 미수금 2억원+자체 수익금 5000만원) |
붉은 악마는 이미 들어온 협찬금 4억원 중 홈페이지 구축에 6000만원가량을 사용했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A매치 평가전 참가에 따른 응원도구 제작 등의 비용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회원이 급증해 경기당 1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대형 태극기 제작에만 600만원이 들었다.
지난해 2월 1만명이었던 회원은 6월 현재 12만명. 수도권 중부 호남 영남 등 4개 지부로 구성된 대조직으로 급팽창하면서 운영비도 급증했다. 상근 직원 활동비를 포함한 사무실 관리비, 전산망 유지비 등이 지난해 한달 평균 300만∼400만원에서 올들어 한달 평균 450만∼600만원으로 늘어났다. 붉은 악마 응원가 CD제작에 1억 4500만원이 들었다. 집행부는 앞으로 이 CD를 기업 등에 판매할 계획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올들어 자체 판매에 나선 머플러 수익금 5000만원과 7월말에 현금화될 기업협찬금 2억원을 합해 2억5000만원 가량이 남을 전망이다.
이제 붉은 악마의 재정은 돈 관리를 세무사에게 맡길 정도로 복잡해졌다. 돈 굴리는 규모가 커지다보니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협찬으로 인해 순수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와중에서 97년 9월 초대회장을 맡으며 ‘절대로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신인철씨가 4대 회장에 재선출돼 붉은 악마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