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覆水難收(복수난수)

  • 입력 2002년 6월 6일 23시 08분


覆 水 難 收(복수난수)

覆-엎어질 복收-거둘 수讀-읽을 독

官-벼슬 관恥-부끄러울 치悔-뉘우칠 회

朱買臣(주매신)은 西漢(서한) 吳縣(오현) 사람으로 漢武帝(한무제) 때의 승상이었다. 그가 출세하기 전의 일이다. 얼마나 가난했던지 굶기를 밥먹듯이 했지만 워낙 讀書(독서)를 좋아하여 일은 하지 않고 늘 방에 틀어 박혀 책만 읽었다. 참다 못한 아내가 바가지를 긁으면 그 제서야 산에 올라 땔감을 해서 시장에 지고 나가 팔아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곤 했다.

하지만 땔감을 팔러 시장바닥을 헤매면서도 책은 놓지 않고 읽었다. 노래를 부르는 줄로 착각을 한 아내가 악을 쓰고 소리치면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읽곤 했다. 이러기를 몇 년, 참다 못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朱買臣은 웃으면서 태연하게 아내를 달랬다.

“50세만 되면 틀림없이 高官(고관)이 될 꺼요. 지금 내 나이 마흔 넷, 이제 얼마 남지 않았소.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조금만 더 참으시오. 내 그 때 가서 한껏 보상해 주리다.”

그러나 아내는 독기를 머금은 채 쏘아 부쳤다. “아니 뭐라구요? 당신 같은 건달꾼이 高官이 된다고? 흥! 굶어 죽어 시궁창에 처박히지 않으면 다행인 줄이나 알고 사시오.”하고는 미련없이 떠나 버리고 말았다.

후에 朱買臣은 정말 會稽(회계)의 太守(태수)가 되었다. 任地(임지)로 가는 도중 吳縣을 지나게 되었는데 관리들이 그를 영접하기 위해 주민을 동원하여 길을 쓸도록 했다. 물론 朱買臣의 옛 아내도 그 속에 끼어 있었다.

거창한 행렬이 다가왔다. 옛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행렬의 주인공은 바로 옛 남편 朱買臣이 아닌가. 과거의 게으럼뱅이 건달꾼이 어느 새 高官이 되었단 말인가. 아내는 기어가 朱買臣에게 말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고 小妾(소첩)을 거두어 주신다면 이보다 더한 은덕이 없겠나이다.”

그러자 朱買臣은 물을 한 동이 가져오게 하여 수레 앞에 뿌리고는 이번에도 웃으면서 말했다. “좋소. 하지만 저 물을 다시 담아 오시오. 그러면 당신과 재결합하리다.”

아내가 가져온 것은 한 줌의 진흙뿐이었다. 羞恥(수치)와 悔恨(회한)을 달랠 길 없자 아내는 그 길로 달아나 스스로 목을 매고 죽었다.

우리 속담에 ‘엎질러진 물이요 쏘아 놓은 살’이라는 말이 있다. 覆水難收는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覆水難收는 헤어진 부부나 친구는 다시 결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쓰인다.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