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예술품이라는 히말라야를 트레킹했던 일을 꼽는 데에는 일말의 주저도 필요치 않았다.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히말라야의 장관과 그 품에 안겨 생의 충만함에 떨던 나날도 더없이 좋았지만, 고산병을 포함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내며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성취감은 그 이후 나의 모든 자신감의 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강주헌 옮김·작가정신·2002) 을 읽는 내내 나는 히말라야를 떠올렸다. 물론 나의 히말라야 행은 이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호화판 관광이었던 셈이지만, 인생을 백팔십도로 바꾸어 버린 계기가 된 여행이라는 데 대해서는 저자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캐나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중퇴 후 접시 닦기, 자동차 세차원, 벌목꾼, 농장의 인부, 화물선의 최말단 잡역부와 같은 험난한 직업을 전전한다. 특이한 점은 그런 와중에도 그는 늘 “저 사람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 점이다. 이미 미국 일주 여행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졌던 그는 보다 더 큰 세계에 대한 갈증 끝에 아프리카 대륙 종단을 자신의 목표로 삼게 된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브라이언은 단돈 300달러를 들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캐나다를 출발하여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향한 긴 여행을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찾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꼈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는 때부터 시작된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해 내며 북아메리카와 대서양, 영국과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의 지브롤터에 도착한 그들.
이제 비록 고지는 눈 앞에 보이지만 죽음의 땅 사하라 사막 종단이라는 클라이맥스 앞에서 한 친구는 여행을 포기하고 그들을 떠난다. 그러나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은 브라이언과 제프는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프리카를 종단함으로써 마침내 그들의 꿈을 실현해 낸다.
결국,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여행은 브라이언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아프리카 여행 후 30년이 지난 현재, 그는 인간의 잠재력과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동기 유발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이 책의 매력은 진한 경험에서 울려나온 육성이다. 이 울림은 느슨했던 나를 바짝 긴장시키는 한편,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거라며 익숙한 여정을 걷는 나에게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고 흔들어댄다. 저자 자신이 힘들게 얻은 성공 철학을 아낌없이 제공해주면서 말이다. 배고픈 자에게 한 끼의 밥을 주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밥을 평생 동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김이금(현대문학북스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