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등단 노시인 최병우씨… 82세에 첫 시집냈다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25분


70세에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노시인이 82세가 되어 등단 후 첫번째 시집을 펴냈다. 주인공은 199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 ‘열 자에 아홉 자의 단칸방’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시인 최병우씨. 그가 최근 펴낸 시집의 제목도 ‘열 자에 아홉 자의 단칸방’(문학과 경계)이다.

최씨는 1940년대 일간지에 작품을 투고,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고 시집을 엮어보기도 했던 왕년의 ‘문학청년’.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30여년간 시 쓰기를 중단해야 했다.

“81년 내 환갑 잔칫날이었어요. 밤늦은 시간 손님들이 모두 떠난 텅 빈 연회석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감회가 있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고종명(考終命)’이라는 시를 썼죠.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마음에 전해져오는 울림이 있더군요. 자신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 후 다시 틈틈이 시를 쓰게 됐습니다.”

시인이 되겠다기보다는 ‘그동안 써왔던 시에 대한 마지막 심판의 절차라 생각하고’ 응모했던 신춘문예에서 당선되자 그에게 ‘만년에 새로 시작할 일거리’가 생겨났다. 그 후 12년, 꾸준한 시작(詩作)의 결과는 한 권의 시집으로 묶였다.

“56년만에 낸 책입니다. 감개무량하고 두려운 생각뿐이지요. 자식들에게 큰 유산은 남겨 주지 못하나 깨끗하게 살기 위해 애쓴 아버지로서 일상의 기록을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시와 시집 말이지요.”

신춘문예 당선 소감에서 ‘큰 시 세계의 나이 많은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던 최씨는 “나이가 많아 감수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허허 웃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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