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4골 폭죽 ‘만리장성’ 울려

  • 입력 2002년 6월 9일 00시 14분


카를루스의 첫골을 축하하는 브라질 동료들.
카를루스의 첫골을 축하하는 브라질 동료들.

브라질로선 수도 없이 치르는 한 경기에 불과했겠지만 중국에는 역사상 최대의 경기였다. 경기를 앞두고 배편으로, 항공편으로 속속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 모인 1만5000여명의 중국 응원단 ‘추미(球迷)’뿐만 아니라 13억 중국 대륙의 눈이 아마 이날 서귀포에 쏠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둥근 공은 중국인들에게 눈물이 핑 돌게 할 만큼 냉정했다.

최강 브라질은 열광하는 중국 관중들을 봐서라도 한 골 정도 내 줄만 했지만 4-0으로 완승하며 승부 세계의 냉혹함을 가르쳤다.

▼관련기사▼

- ‘만리장성’높은 세계 의벽

이날 경기는 애초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될 만했다. 그러나 중국도 투지에서만은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중국은 전반 2분 하오하이둥과 투톱을 이룬 치훙의 첫 슈팅 이후 2분 뒤 주장 마밍위가 하프라인부터 돌파한 뒤 문전으로 올려준 패스를 우청잉이 두 번째 슈팅을 날리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브라질은 곧바로 중국의 노장 수비수 쑨지하이와 판즈이가 부상으로 제외된 공백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결국 전반 15분 ‘프리킥의 달인’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프리킥으로 첫 골을 따냈다. 카를루스는 호나우디뉴가 중국의 리웨이펑에게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11명의 중국선수가 인의 장벽을 세웠음에도 아랑곳 않겠다는 듯 30여m 전방에서 왼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고 공은 빨려들어가듯 그대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브라질은 전반 32분 호나우두의 헤딩슛이 중국 골키퍼 장진의 손에 맞고 나오자 호나우디뉴가 또 다시 골문 앞으로 센터링한 것을 히바우두가 가볍게 헤딩슛,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전반 종료 직전(45분) 호나우두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호나우디뉴가 세 번째 골로 연결시키며 전반을 3-0으로 앞서 나갔다.

브라질은 전반 슈팅수에서만 7-2의 절대적 우세를 보였고 후반 10분 오른쪽 골라인을 파고들던 카푸의 센터링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호나우두가 오른발로 가볍게 차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중국은 후반 14분 하오하이둥이 마밍위에게 단독찬스를 만들어줬으나 무위에 그쳤고 곧바로 자오쥔저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으나 공이 골대 오른쪽을 맞고 아웃되는 바람에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중국은 이어 38분과 40분에도 자오쥔저와 추보가 과감한 슛을 날리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으나 브라질의 골문을 열기에는 너무 한가한 슈팅이었고 결국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한 채 무릎을 꿇었다.

서귀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