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가 한창 열기를 띠고 있는 요즘 경남 합천의 가야산 자락에 있는 명찰(名刹) 해인사에서도 축구가 단연 ‘으뜸 화두(話頭)’다.
8일 낮 섭씨 30도에 가까운 더운 날씨인데도 스님 70여명이 유니폼에 축구화를 신고 경내 축구장에서 경기를 펼쳤다. 단오인 15일에는 모든 스님들이 지역 주민들과 한데 어울리면서 축구경기를 할 예정이다.
30년 전통의 ‘해인축구’가 열리는 것. 한두 해 치른 행사가 아니지만 올해는 월드컵 기간과 맞아떨어져 은근히 들뜬 분위기다.
해인사 스님들에게 축구는 ‘울력(運力)’의 하나다. ‘울력’은 ‘모든 사람이 힘을 모아 하는 일’을 뜻하는 불교용어. 매주 수, 토요일에 250여명의 스님 중 대부분이 공을 차거나 적어도 축구장에 나와 달리기를 해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더라도 거르지 않는다.
해인축구는 30여년 전 절을 둘러싸고 있는 가야산에 산불이 종종 났으나 스님들의 체력이 약해 불을 제대로 끄지 못하자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축구장을 만들고 축구울력을 계율처럼 정한 것이 유래가 됐다.
해인축구는 이제 단순한 체력단련을 넘어 수행의 중요한 기초로 자리잡고 있다. 남성적인 가야산의 산세 때문에 해인사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의 마음에 더 많이 생긴다는 ‘잡념’을 축구를 통해 없앤다는 것이다.
길이 70m가량의 축구장에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면서 수행에 힘써라’는 뜻으로 ‘信心 願力 修行’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해인사 포교국 현진(玄眞) 스님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바라는 온 국민의 마음이 해인사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해인축구는 수행의 또 다른 모습이지만 올해는 월드컵 때문에 분위기가 새롭다”고 말했다.
합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