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월드컵 한국과 미국전의 열기가 고조됐을 무렵 경남 합천의 해인사에선 독일인들의 이색적인 한국 응원이 벌어졌다. 이 벽안의 ‘손님’들은 독일의 5인조 재즈그룹 ‘살타첼로’. 92년 결성된 이 그룹은 페터(피아노)와 볼프강 신들러(첼로) 형제, 미니 슐츠(베이스), 헤르베르트 바흐테르(드럼), 페터 레헬(색소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사찰 내에 마련된 한 공간에서 스님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며 즉석에서 ‘한독(韓獨) 연합’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최근 ‘붉은 악마’들의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을 매끄럽게 외치며 한국 팀에 힘을 실어줬다. 스님들은 ‘야’ ‘어허’ 등 감탄사를 중심으로 박수를 치며 경기를 관전해 대조를 보였다.
‘살타첼로’는 이에 앞서 사찰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템플 스테이(Temple Stay)’로 하룻밤을 묵은 뒤 10일 오전 작은 연주회인 ‘소리 공양(供養)’을 갖기도 했다.
리더 페터 신들러는 “축구와 맥주는 독일인이라면 누구나 즐긴다”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음악은 물론 축구를 통해서도 한국인과 더욱 뜨겁게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살타첼로’는 99년 7월 이후 세 차례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들은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과 민요 ‘옹헤야’, 트로트 ‘나그네 설움’을 편곡해 연주하기도 했으며 서울 공연에서는 “한국인을 위해 준비한 곡이 있다”며 ‘우리의 소원’을 편곡해 들려줘 감동을 자아냈다.
이번 공연을 주선한 진명 스님은 “‘살타첼로’는 지독한 축구광이어서 이동할 때마다 TV의 축구중계에 눈을 빼앗겨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며 “독일도 한때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는 동질감 때문에 한국에 더 큰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프강 신들러는 “한국과 독일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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