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애니메이션의 첫 경사

  • 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한국 만화영화 사상 처음으로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얼마 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은 문화계의 또 다른 경사라 하겠다. 이 행사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축제의 하나이자 규모로는 세계 최대이다. 애니메이션은 일본과 미국이 풍부한 인적 자원과 자본력으로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가 취약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첫 대상 수상을 일궈낸 것은 여간 의미있는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한 작품이 성공하면 인형 팬시 등 캐릭터산업과 연계되어 엄청난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하청국가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중국 등 제작비가 싼 나라들에 일감을 빼앗기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창작 분야에는 젊고 유능한 제작자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번 수상은 세계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마리이야기’는 올해초 국내 개봉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서정성과 영상미가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안시 페스티벌에서도 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인정을 받으려면 우리만이 지닌 독창성을 확보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번 수상은 국내 창작여건을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국산 영화 붐’으로 여건이 크게 개선된 영화와는 달리 애니메이션 분야는 아직 저임금 등 창작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TV 만화영화에서도 갈수록 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이 줄어드는 등 푸대접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제작자들의 노력이나 창작의욕만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도약은 한계가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배려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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