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더 가깝게 더 친근하게…한강에 관한 유쾌한 상상

  • 입력 2002년 6월 13일 20시 00분



서울 성동구 금호4가동 달맞이 공원의 달맞이봉(높이 57m)에서 본 한강과 강변의 모습. [사진제공=한국조경학회]

서울의 한강은 접근하기가 참으로 힘든 곳이다. 구체적인 정보없이 나섰다가는 진입로를 찾는데만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넓디 넓은 둔치에는 한여름에도 그늘이 없다. 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만한 곳도 많지 않다. 한강을 쉽게 찾아갈 수는 없을까. 한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가질 수는 없을까. 한강을 탐험하며 만난 시민들이 ‘친근한 한강’ 만들기를 위한 여러 제안을 내놓았다.

●강변 도로를 지하화하고 한강 둔치로 바로 걸어 들어가게 하자〓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한강 가는 길을 막고 있어 강변의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강변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위가 조용해야 하는 난지 한강공원 캠핑장이나 강서 습지 생태공원까지 자동차 소음이 들려온다.

현재는 제방 위로 차가 다니는 꼴이다. 제방의 가운데를 텅 비워 그곳으로 차로를 내고 제방 위로는 사람들이 걸어다니게 할 수 없을까.

서울시 도로계획과는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소규모 둑길을 대상으로 차로를 지하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에 당장 적용하기는 무리다. 우선 수조원에 이를 사업비가 문제다. 또 강변도로를 지하로 처리할 경우 한강 다리들과는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교통 문제도 난제로 남는다.

●배를 타고 출퇴근 하면 안되나〓한강의 남과 북, 동과 서를 잇는 도로에서 교통 지체로 발이 묶인 사람들은 뱃길을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한강관리사업소 운항관리과는 1999년 고건 서울시장의 지시로 잠실∼여의도 16㎞ 구간에 쾌속선을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우선은 한강 다리가 문제였다. 잠실에서 여의도 63빌딩 앞까지 가려면 다리를 9개 지나야 한다. 교각 사이를 통과할 때마다 속도를 줄이고 다시 올리고 해야 하는데 연료와 시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교각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잠실과 여의도 선착장에서 연계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안개가 자주 끼고 집중호우로 홍수 위험도 커 뱃길을 항시적으로 열어두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업소는 30분 운행에 10만원을 받아도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이 문제를 덮어두기로 했다.

●야간에 한강변 위로 헬기를 타고 나는 관광 상품이 있었으면〓미국 맨해튼에 가면 헬기를 타고 허드슨 강변 위를 날아다니며 마천루와 강, 바다를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있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 얼굴을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어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수도방위사령부 화력처에 따르면 1964년부터 서울 시내의 야간 비행은 환자 수송 등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군용기까지 금지돼 있다. 낮의 경우 청와대를 기준으로 반경 4㎞ 이내의 지역은 비행 1주일 전, 4∼8㎞는 3일 전에 승인을 얻으면 비행이 가능하다. 그 밖의 지역은 하루 전에만 통보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야간 비행은 안 되지만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관광용 헬기가 뜰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1999년까지 김포와 중지도 헬기장을 오가는 관광용 헬기가 있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문을 닫았다.

●둔치에 숲이 있었으면〓둔치에 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치수(治水)론자들의 입장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 상식이다. 홍수가 나서 둔치까지 물이 차 오를 경우 나무가 물의 흐름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나무가 뽑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한강 다리의 교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각은 위에서 내리 누르는 힘은 어느 정도 버티도록 설계됐지만 옆에서 치고 들어오면 힘없이 무너지기 쉽다는 것.

그러나 치수 못지않게 친수(親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둔치에도 나무를 심자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1997년 하천법을 개정, 수리 전문가들의 검토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검정을 거쳐 식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게 됐다. 일단 물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유속이 초당 1.5m 이하인 곳에만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한강관리사업소 녹지과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올 11월까지 11개의 한강공원에 버드나무 등 3928주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한강 다리 밑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한강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남산타워와 63빌딩 전망대, 최근에 개장한 마포구 상암동의 하늘공원과 내년 하반기 개장할 노을공원 정도다. 한강 다리 밑에 전망대를 설치하면 한강을 조망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또 상판과 교각으로 이뤄진 다리 구조물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도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는 치마 밑으로 들어가 머리 꼭대기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는 상품이 더 인기다.

건설안전관리본부 안전관리국은 이 같은 여론을 수렴해 올 3월 양화대교 보행로 중간쯤에 전망대를 두 곳 설치했다. 상류쪽에서는 선유도, 하류쪽에서는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서강대교에도 이르면 이달 중 전망대 설치 공사가 끝나 밤섬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다른 다리에도 차츰 전망대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다리 상판 밑에 전망대를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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